서울 숭인동의 중국음식점 ‘짱짜장’. ‘1500원’이란 가격표가 단박에 눈길을 잡는다. 이 곳에선 자장면과 우동이 단돈 1500원이다. 서울 인사동의 ‘북촌 손만두·냉면’은 냉면 한 그릇을 5000원에 판다. 서울 시내 소문난 냉면집들이 냉면 한 그릇 값을 9000원 이상 올린 것에도 아랑곳 않고 있다. 싸다고 음식의 질까지 떨어지는 건 아니다. 하루에 500명 이상의 손님들이 찾아 늘 북적댄다.
점심값 1만원 시대에 ‘착한 밥값’으로 배를 즐겁게 채워주는 음식점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 끼 식사 값으로 감당하기 힘든 9500원짜리 콩국수, 8000원짜리 김치찌개를 먹느라 등골이 휠 것 같은 서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 시내에서 6000∼7000원에 파는 된장찌개도 서울 관철동의 ‘뚝배기집’에선 4000원이다. 인천 화평동 냉면골목의 냉면가게들도 7년 전 가격을 고집하면서 손님을 끌고 있다. 냉면값은 4000원으로 인심도 좋게 일반 냉면 그릇의 두 배 가까이 큰 그릇에 담아 내놓는다.
재료비 인상을 이유로 대부분의 식당들이 밥값을 올리는 데도 이들 ‘착한 음식점’들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뭘까. 싼 가격에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는 박리다매가 비결이다. 그 뒤엔 어려운 환경에도 발품을 팔아 재료를 구하고 유지비를 절약하는 주인들의 부지런한 노력이 있다.
삼계탕을 올 여름에도 5000원에 파는 ‘아름다운 엄나무삼계탕’(충북 청주)의 주인 정택일(51)씨는 “재료 납품을 장기 계약하고 손님이 직접 반찬을 가져다먹고 계산도 하는 셀프 서비스로 인건비를 줄여 이윤을 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계탕을 하루 500그릇 팔아 직원 5명에게 월급을 주고도 매달 40만원씩 독거노인을 도울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 짱짜장의 사장 장인종(51)씨 또한 매일 새벽시장에 직접 나가 식재료를 사오고 배달 서비스도 없애 이윤을 내고 있다.
2500원만 내면 비빔밥과 계란말이, 나물 등 푸짐한 반찬을 먹을 수 있는 ‘수진식당’(전남 광주)도 마찬가지다. 2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해 온 윤순옥(52)씨는 농산물직판장에서 직접 장을 보고 김치를 담가 재료비를 아낀다.
이런 ‘착한 음식점’들은 유명 음식점에서 가격을 올리면 주변 식당들도 뒤따르는 가격인상 도미노 현상을 적절하게 막아주는 힘까지 발휘하는 중이다. 한국외식개발연구소의 김승기 소장은 “착한 밥값을 유지하는 가게들이 하나둘 알려지면서 쓰나미처럼 번지던 식당들의 가격인상 물결도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며 “음식값 안정을 위해 지자체에서 이들 식당에 세제혜택 등 현실적인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