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경(21)이 다음달 영화 ‘푸른 소금’으로 ‘여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제대로 타진한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벼락처럼 스타덤에 오른지 2년만이다. “난 또래 배우들에 비해 지나치게 운이 좋은 케이스”라며 “개봉일이 가까워질수록 평정심을 잃어버리는 것같아 걱정”이라는 얼굴에서 설렘과 근심이 교차한다.
- 영화는 ‘푸른 소금’이 다섯 번째다.
이전에 ‘어린 신부’ ‘신데렐라’ ‘어쿠스틱’ ‘오감도’가 있었지만, 주연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기는 처음이다. 완성도에 대한 평가와 흥행 결과는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 독이 될 수도,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폐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
-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연출자인 이현승 감독님의 주문을 100%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촬영을 거듭할수록 모자란 부분을 절감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자부하고 싶다.
- 제목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다. 애초 가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솔직히 더 좋은 대안을 찾지 못한 결과다. 하하하. 조직 생활을 청산하고 새 삶을 시작하려는 두헌(송강호)과 그를 감시하는 세빈(신세경)의 사이는 너무 많아서도, 없어서도 안되는 소금같다. 여기에 푸른 색은…, 글쎄. 역시 두 사람의 관계를 형상화한 이미지 정도로 받아들이고 싶다.
- 함께 연기한 송강호는 어떤 배우인가?
형식적으로 ‘…척’하는 연기를 가장 싫어한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송강호 선배님이 별 계산없이 동물적 본능에 의해 연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지켜본 바로는 정 반대였다. 대사의 어미와 호흡, 따라붙는 손동작까지 꼼꼼히 체크해가며 연기한다. 아주 철두철미하고 섬세하다. 한 마디로 작품에 대한 ‘거대한 지도’가 머릿속에 있는 것같더라.
- 송강호에 이어 새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한석규와 공연한다.
그래서 내가 복 받았다는 것이다. 한석규 선배님은 촬영 초반이라 잘 모르겠다. 그러나 대본 리딩 때 뵈니 정말 목소리만으로도 사람을 끌어당기시더라. 송강호 선배님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이번에도 ‘큰일났다’는 걱정만 가득하다.
- 사격에 오토바이 타는 법까지 배웠다고 들었다.
극중 세빈은 전직 사격선수로 살인청부업자의 심부름꾼이다. 당연히 터프할 수밖에 없다. 사격은 그럭저럭 해냈는데, 오토바이가 배우기도, 다루기도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촬영후 ‘여자로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촬영전까지는 선머슴같은 성격탓에 남자로 태어나는 게 맞지 않았나 싶었는데, 웬걸! 나야말로 천생 여자더라.
- 시트콤의 대성공 이후 많은 게 바뀌었다. 연애와 결별같은 사생활의 일부도 노출됐다.
음…, 시간만 흘렀을 뿐 난 달라진 게 별로 없는데 외부 시선이 바뀌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사회의 부정적인 면에 세뇌당할까봐 매우 경계하는 편이다. 최대한 걸러내고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그렇게 되려면 내가 우선 단단해져야 한다. 주위의 다양한 충고와 조언을 귀담아 듣는 편이지만, 최종 판단은 결국 내 몫이니까. 요즘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진리를 체감중이다. 또래 친구들보다 누리고 있는 게 많으므로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 운이 좋다는 말을 자주 강조한다.
정말 그렇다. 주위에 나 정도의 커리어를 열망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친구들에 비해 별로 잘난 것도 없는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오로지 운! 운 덕분이다. /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사진/최현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