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3∼4년간의 짧은 활동에도 천재 뮤지션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긴 가수 김준선(41)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시대를 앞서가는 감각과 파격적인 송라이팅 능력을 자랑하며 성공한 프로듀서와 음악감독으로 더욱 오랜 시간을 보내 왔지만 무대에 대한 그리움은 지우지 못했다.
◆지난 15년간 작곡 활동
1993년 데뷔 당시 획기적인 컴퓨터 음악인 자작곡 ‘아라비안 나이트’로 ‘가요 톱10’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프로젝트 그룹 컬트를 결성해 ‘너를 품에 안으면’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는 사실은 오랜 팬들의 기억에도 가물가물하다. 요즘 신세대에게는 더욱 생소한 일이다.
최근 15년간의 음악 행보는 누구보다 화려하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96년 가수 서영은을 발굴했고, 영턱스클럽·이주노·컨츄리꼬꼬·길건 등의 앨범에 작곡자 및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영화 ‘무영검’ ‘비천무’ ‘마지막 선물’, 드라마 ‘대망’ ‘백설공주’ ‘술의 나라’ ‘두 번째 프러포즈’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각종 온라인 게임의 음악감독으로도 업계에 이름을 떨쳐왔다. 굳이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아도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지만 어느 순간 가수로서 존재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UJMC라는 이름의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신인 가수를 키우는데 어린 친구들은 제가 가수였던 것도 모르더라고요. 이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제 인지도를 높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신인들에게는 그들을 발굴한 제작자의 위상도 중요하다는 걸 간과한 거죠.”
가수로서 그의 새 이름도 UJ MC다. 엉클 준선스 뮤직 캐빈(Uncle Junsun’s Music Cabin)의 약자로, 음악을 즐기고 배우며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뜻을 담고 있다. 인기 뮤지컬 배우 윤형렬을 비롯해 강성국·김태헌·김보영 등 신인 가수들이 새 앨범에 참여했다.
“멤버를 고정하지 않고 앨범마다 UJMC라는 이름으로 후배 가수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게 될 거예요. 제가 연예인으로 다시 한 번 떠보겠다는 욕심 같은 건 전혀 없어요. 작은 무대라도 라이브로 연주하고 노래하는 가수의 모습을 제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새 앨범 ‘새로운 시작’의 타이틀곡은 ‘너를 품에 안으면 2011’이다. 16년 전 히트곡을 원곡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의 감성에 맞게 편곡했다. 또 다른 수록곡 ‘두 번째 청혼’은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와 윌리 넬슨이 듀엣한 ‘투 올 더 걸스 아이브 러브드 비포어’에 우리말 가사를 붙인 리메이크곡이다.
“데뷔 초에도 그랬듯이 음악이 재미없어지는 순간이 온다면 과감히 이 일을 그만둘 겁니다. 음악을 하는 동안은 저 자신은 물론 누가 들어도 재미있는 음악, 귀를 잡아끄는 음악을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