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총각파티를 위해 놀러간 라스베이거스에서 만취한 상태로 신랑의 실종이란 전대미문의 사건을 일으켰던 필(브래들리 쿠퍼)과 스튜(에드 헬름스), 앨런(잭 가리피아나키스)은 당시의 충격을 딛고 얌전히 살아간다.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일로 약혼녀와 헤어진 스튜는 태국의 양갓집 규수와 결혼식 날짜를 잡는다. 들러리로 태국에 간 필과 앨런은 결혼식 전날밤 스튜와 스튜의 예비 처남을 꼬드겨 술잔을 들이킨다. 다음날 아침 허름한 호텔방에서 눈을 뜬 이들은 잘린 손가락과 원숭이 한 마리를 보고 기겁한다.
25일 개봉될 ‘행오버 2’는 이성을 잠시 접어두고 감상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노골적인 ‘화장실 유머’가 난무하는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성인용 코미디물이다. 성기 노출과 신체 절단은 기본이고 특정 국가와 성적 소수자, 심지어는 종교를 겨냥한 비아냥과 조롱까지 보기에 다소 불편한 웃음으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보고 나면 은밀한 쾌감이 밀려온다. 이를테면 공포영화속 무자비한 살인 장면을 통해 느끼는 카타르시스와 비슷한 감정으로, ‘대리 일탈’의 기묘한 즐거움이다.
또 술에 취하면 ‘무뇌아’가 되기 일쑤인 술꾼들에게는 더욱 ‘공감 백배’다.
출연진의 ‘정신줄 놓은’ 연기는 쉴 새없이 웃음보를 자극한다. 이들 가운데 부모집에 얹혀 사는 백수 앨런 역의 잭 가리피아나키스와 1편에서처럼 뜬금없이 등장해 일만 복잡하게 만드는 국제 범죄자 미스터 초우 역의 한국계 코미디언 켄 정은 스크린밖 실제 모습이 궁금해질 정도로 실감나는 열연을 펼친다.
1·2편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3편도 일찌감치 제작을 결정했다고 한다. 켄 정의 출연 분량도 대폭 늘어날 예정이라고 하는데, 또 얼마나 술에 취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당연히 18세 이상 관람가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