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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사랑이라는 거 이번에 해봤죠

영화 ‘푸른 소금’ 송강호

송강호(44)는 판타지와는 거리가 먼, 대중과의 경계에 있는 배우다. 늘 같은 듯 하지만 다른 연기가 그의 장기이고, 그의 이름을 수년째 티켓파워 1위에 올려놓은 비결이다. 새 영화 ‘푸른 소금’에서 전직 조직 보스라는 흔한 옷을 입었지만 또 한번 자신이 필요한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어가 그만의 멋을 만들어 낸다.

2008년 ‘박쥐’ 막바지 촬영 때 제의받은 작품이다. 남자들의 세계를 그린 누아르 ‘밤안개’에서 출발했던 영화는 기획을 전면 수정해 은퇴한 조직 보스(윤두헌)와 그를 감시하는 여자(조세빈)의 위험한 사랑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훨씬 좋은 시나리오가 나온 것 같다.

근래에 보기 드문 한국 영화다. 요즘 작품들은 한 가지 흥행 요소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가 관객을 자극하는데, 음악과 색감 등 세세한 요소까지 모두 충실하게 다룬 작품이다. 오랜만에 종합예술로서 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소금’ 앞에 붙는 ‘푸른’이라는 단어의 느낌이 참 좋다. 평화롭고 희망적이면서 청량감을 주고, 신비롭기도 하다. 영화 속 두 남녀의 관계를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2000년에 ‘공동경비구역JSA’와 ‘시월애’가 동시에 개봉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현승 감독의 영화 ‘시월애’가 흥행에서는 좀 밀리긴 했지만 해외에서 호평을 받아 두 작품으로 영화제를 같이 다니면서 친하게 됐다.

처음 같이 작업해 본 이 감독의 스타일은 생소했다. 미리 스토리와 콘티를 준비해 진행하지 않고 현장에서 배우와 함께 의견을 나누며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원래 명확한 걸 좋아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맞춰가는 나로서는 힘들면서도 한편으로는 흥미로웠다.

경험이 부족한 세경이로서는 이 감독 스타일에 맞추느라 초반에 많이 힘들어 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완전히 날아다니더라.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영화에 풍덩 빠졌다고 할까. 아주 자유롭게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큰 기쁨이었다. 영화계에 좋은 여배우를 발견했다는 보람을 느꼈다.

전직 조직 보스인데 영화에서 조직 얘기는 중요하지 않다. 세빈(신세경)과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이 감독 스타일대로 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두헌도 세빈에 대한 감정을 구체화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애매모호함이 주는 답답함은 아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겉으로 아주 멋있게 나오는데, 이현승이라는 사람이 꿈꾸는 로망 같다. 두헌이 입는 옷도 완전 이 감독 스타일이다. 12년 동안 그 사람을 워낙 속속들이 알아왔기 때문에 영화를 하면서 속으로 많이 웃었다.

전작과 비교하게 마련인데, 가장 큰 변화는 강동원이 신세경으로 바뀌었다는 거다. 영화의 목적을 정의하지 않는다. 인생에 대해 강변하지 않고, 삶의 철학에 대해 설득하지 않는다는 게 큰 차이다. 관객들은 설명되지 않는 아름다운 감성 때문에 무척 기분 좋게 극장을 나설 거라 믿는다.

이번에도 그럴싸하게 보이려고만 했다. 후배 중 누군가는 ‘어떻게 그렇게 좋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느냐’고 묻더라. 사람의 눈은 다 똑같다. 좋은 작품을 택한 게 아니라 내가 택한 작품을 좋은 영화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거다.

어떤 영화든 그 작품이 원하는 인물이 있고, 그를 가장 적절하게 필요로 하는 지점이 있다. 그걸 찾고 그렇게 되려고 애쓸 뿐이다. 머리를 밀고, 살을 확 뺀다고 그 배우가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알 파치노는 알 파치노일 뿐이고, 숀 펜이, 로버트 드니로가 그렇다. 늘 그들은 그들일 뿐이다. 중요한 건 본질이다.

이나영과 한 ‘하울링’ 촬영이 한 회 남았다. 최근 1년 동안은 두 작품으로 촬영만 꼬박 200일 이상 했다. 내년 3월부터는 봉준호 감독과 ‘설국열차’ 촬영을 시작한다. 캐스팅된 것 말고는 어떻다는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

‘하울링’이든 ‘설국열차’든 기본적인 입장은 똑같다. 어떤 작품이라고 특별할 건 없다. ‘설국열차’에서 미국 유명 배우와 함께 촬영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이 역시 본질을 향해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

사진/최현희(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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