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하(40)는 등을 떠밀려야 열심히 일한다. 코미디와 예능을 시작으로 드라마와 뮤지컬, 영화까지 발을 넗히고 있는 진짜 이유다. MBC ‘무한도전’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정형돈의 농담섞인 비교에 따르면 “(정)준하 형은 투덜대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박)명수 형은 그냥 투덜댄다”. 다음달 7일 개봉 예정인 ‘가문의 영광 4 - 가문의 수난’도 그래서 출연하게 됐다
감독님 국제전화로 캐스팅
일년전이었다. 시리즈의 제작자이자 이번에는 연출자로 나선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로부터 국제전화 한 통이 왔다. “지금 체류중인 미국 LA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4편을 제작할텐데, 제목은 ‘가문의 이민’이다. 준비하고 있어라”는 내용이었다.
2·3편에서 조폭 홍회장(김수미) 일가의 ‘덜 떨어진’ 수행 비서인 종면으로 출연했던 그는 당시 아무 생각없이 덜컥 출연을 승낙했다. 고생의 시작이었다. 올해 6월로 촬영 개시가 미뤄지면서 ‘무한도전’과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일정이 겹쳐버린 것이다.
한 마디로 피가 마를 지경이었지만, 정많은 성격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합류를 마음먹었다.
“전 누가 곁에서 ‘너 아니면 안된다. 도와줘’라고 말하면 징징대면서 따라가는 성격이거든요. 정 대표의 강한 설득으로 6월말부터 50일동안 40도에 육박하던 일본 후쿠오카에서 극기훈련을 치렀어요. 출연진이 즐겨하던 농담이 극중에 실제로 삽입되기도 했는데, 바로 ‘사람은 쉽게 죽지 않아’란 대사죠. 그 정도로 힘들었답니다.”
매스컴 기피증있는 소심남
요즘은 영화를 알리기 위해 언론과 자주 만나고 있지만, 실은 ‘매스컴 기피증’이 있다. 몇 차례 구설에 오르면서 속내와 전혀 다른 기사로 상처를 워낙 자주 받아서다. 겉보기와 달리(?) 소심하면서도 예민한 성격은 그를 자꾸만 움츠러들게 했다.
특히 ‘무한도전’과 관련해 정준하에게만 집중되던 일부 매체의 공격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물론 제가 잘못한 경우도 있어요. 2년전 뉴욕 특집에서 명현지 셰프에게 한 행동은 나중에 보니까 정말 무례해 보여, 마음 깊이 반성하고 멤버 전원과 노래로 사과했어요. 지금은 ‘쿨가이’ ‘정총무’로 이미지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때는 이래도 욕 먹고 저래도 욕 먹는 시기였어요. 그만 둬야하나 싶을 정도로 암담했습니다.”
내 사전에 '무도 하차'는 없어요
열려있는 느낌이 좋아 앞으로도 영화는 병행할 계획이지만, 희극인이 본업이란 생각은 변함이 없다. 시간을 쪼개 무명의 개그맨 후배들과 콩트 코미디 MBC ‘웃고 또 웃고’에 출연하고, ‘무한도전’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않는다. 얼마전 KBS2 ‘해피선데이 - 1박2일’ 폐지가 공식 발표되면서 ‘무한도전’의 향후 거취를 묻는 사람이 늘어났다.
“‘무한도전’은 멤버들 모두가 한 번도 진퇴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렇다고 ‘1박2일’ 출연진의 결정을 낮춰보는 것은 아닙니다. 같이 방송하는 사람의 처지에서 존중해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봐요. 아마도 제가 ‘무한도전’을 그만두는 날이 오면 다른 연예 활동도 힘들어지는 시기가 될 듯싶어요. 기력이 다할 때까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연인과 결혼날짜 논의중
정준하는 방송에서 ‘니모’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10세 연하의 재일동포와 수 년째 교제중이다. 주위에서는 어서 빨리 결혼하라고 재촉중으로, 양가를 오가며 결혼 시기를 신중하게 알아보고 있다. “워낙 아기를 좋아해 하루라도 빨리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그러나 지금은 둘 다 할 일이 많아 올해안으로 당장 결혼식을 올리기는 어려울 듯싶어요. 좋은 소식이 생기면 주저없이 알리겠습니다. 히히히.”
/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사진/최현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