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게 죽음의 순간을 피하더라도, 죽음의 운명은 계속 따라다닌다는 법칙의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는 2000년대 공포영화의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했다.
극 초반 환영으로 보여주는 사고 장면(1편의 비행기 사고, 2편의 고속도로 교통사고, 3편의 롤러코스터 사고, 4편의 자동차 레이싱 사고)은 매번 짜릿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죽는 아이디어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7일 개봉될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의 전체 줄거리는 이전 시리즈의 구성과 다르지 않다. 회사 워크샵을 가던 샘(니컬러스 다고스토)은 공사중인 현수교가 무너지면서 버스 안의 회사 동료들이 모두 죽는 환영을 본다. 샘은 동료들을 구하지만, 죽음의 운명은 그들을 놔주지 않는다.
영상으로만 보면 3D 공포영화의 만찬같다. 60m 상공에 있는 현수교의 붕괴 장면에선 끊어지는 다리 철줄이 몸을 난자하고, 트럭에 실려 있던 철심이 머리를 관통하는 등 입체적 슬래셔 무비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후 죽음의 운명을 보여주는 안과, 체조경기장, 안마시술소 등의 끔찍한 사고 장면은 근육을 경직시킬 정도의 공포감을 준다.
메가폰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연출한 ‘타이타닉’ ‘아바타’의 조감독이었던 스티븐 쿼일이 잡았는데, 캐머런 감독의 수제자답게 3D 액션 연출은 무척 뛰어나다. 조금 과장하자면 조각난 신체와 뿜어지는 피가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다.
그러나 3D 공포영화의 특유의 볼 거리는 제공하지만 다른 부분은 기대에 다소 못 미친다. 이전 시리즈와 달리 다른 사람을 죽이면 그 사람의 남은 삶을 산다는 규칙이 새로 생겼으나, 이야기에 큰 재미를 주지 못한다. 또 감탄해 마지않던 우연과 반전을 동반한 죽음의 아이디어가 너무 예측 가능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엔딩이 1편의 비행기 사고와 이어지는데 과연 6편은 어떤 내용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18세 이상 관람가./이원·영화 칼럼니스트 lateho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