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45) 감독은 트렌디한 배우를 트렌디하지 않게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미남스타 장동건과 정우성을 ‘친구’와 ‘똥개’에서 2인자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건달과 지방 소도시의 우직한 백수 청년으로 각각 바꿔놓았던 게 좋은 예다. 연기자의 숨은 일면을 잘 끄집어내기로 정평이 자자한 그가 7일 개봉될 아홉 번째 연출작 ‘통증’에서는 권상우와 정려원을 통증에 무감각한 남자와 작은 통증에도 아파하는 여자로 캐스팅해,상처있는 남녀의 화학적 결합을 시도한다.
-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우선 권상우 씨는 ‘멍 때리는’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 (웃음) 또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면 충청도 사투리가 억양에 깔려있는 걸 알 수 있다. 의외로 순박한 캐릭터에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정려원 씨는 고기를 사주면서 캐스팅했다. 외형과 달리 고기를 무척 좋아하더라. 얘기를 나눠보니 맑고 영리한 친구였다.
- 첫 멜로였던 ‘사랑’에서도 그랬지만, 조건없이 주고받는 사랑을 유독 좋아하는 것같다.
밀고 당기는 요즘 젊은 세대의 사랑 방식은 그냥 사귀는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진짜 사랑은 아프고 고통스럽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신의 섭리다. ‘통증’의 남녀 주인공은 사랑에 대한 면역과 방어 체계가 없으므로, 사랑을 향해 밀고 나간다.
- 서브 플롯이 빈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인정한다. 사랑 이야기에만 집중하려 이야기의 잔가지들을 모두 쳐냈다. 그 와중에 장영남 씨가 출연한 장면을 대부분 편집으로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 얼마전 전화를 걸어 “당신의 연기는 전혀 문제가 없었으니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 SBS ‘기적의 오디션’에서 드림 마스터로 활약중이다.
될 성 부른 탈락자들과 ‘미운 오리새끼’란 영화를 찍고 있다. 특히 개그우먼 조혜련 씨의 남동생인 조지환은 집안의 피덕분인지, 굉장히 코믹하다. 장차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갈 재목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되리라 믿는다.
- 차기작 계획은?
올 연말쯤 무라카미 류의 소설 ‘반도에서 나가라’에서 모티브를 얻은 액션물 ‘적’의 제작에 들어갈 계획이다. 남북 관계가 배경인데 주진모 씨가 일찌감치 구두로 출연을 약속했고 또 다른 남성 톱스타가 상대역을 연기할 것이다. ‘태풍’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해 재미있는 상업영화로 뽑아낼 것이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사진/최현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