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에 대한 관심이 국민적 공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지영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한 ‘도가니’는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교장과 교사의 끔찍한 성폭력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사회성 짙은 무거운 주제와 청소년관람불가라는 약점에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신드롬을 일으킬 태세다.
22일 개봉해 4일 만에 91만4369명을 동원한 이 영화는 상영 내내 욕설과 울음이 난무할 정도로 관객의 깊은 공감을 사며 흥행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충격적인 사건 실체가 낱낱이 전해진 것은 물론 가해자 3명이 가벼운 형량만 받고 복직됐고, 성폭력을 가한 교장 역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사실이 다시 알려지면서 영화의 모티브 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인화대책위)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성폭력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이슈 청원에는 26일 오후 4시 현재 1만198명이 서명했다. 인화대책위는 다음달 25일까지 5만명의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네티즌들은 “너무 마음 아파서 차마 눈물 흘리기도 미안했습니다”, “반드시 죗값은 치러야 하며 처벌받길 희망합니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아 재조사를 촉구했다.
담당구청인 광주 광산구청 사회복지과에도 인화학교 사건을 조사하라는 전화가 수십 통씩 걸려오는 등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광산구청 관계자는 “해당 법인에 다음달 7일까지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구청에 인권전담 직원을 채용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밝혔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고조
영화 흥행으로 아동과 장애인 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6월부터 시작한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 공소시효 폐지 서명운동’은 영화 개봉과 맞물려 속도를 내고 있으며, 26일 오후 4시 현재 온라인에만 3만829명이 서명했다.
이서영 홍보팀장은 “지난 주말 실시한 오프라인 캠페인에는 시민들의 관심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재단 나눔대사인 공지영 작가의 SNS 홍보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다음달이면 목표치인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관련 법 개정 추진을 청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원작 소설가에 대한 재조명도 이뤄지고 있다. 공지영 작가는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에서 사형수, 여성인권 등 사회 문제를 꾸준히 다뤄왔다.
이재환 두리미디어 기획차장은 “공지영의 힘은 가족과 개인 신상이 주였던 소설 소재를 정치·사회적 문제로 옮겨 놓은 데 있다”며 “장애아동 성폭력이라는 다소 어두운 주제가 전작 ‘우행시’의 후광과 김지하의 ‘오적’ 등 고발문학의 전통, 정의를 바로세워 주길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 등과 맞물리며 관객에게 호응을 이끌어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