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봉 2500만원인 직장인 최태원(32·가명)씨는 월급명세서를 받을 때마다 속이 쓰리다. 근로소득세, 재산세, 주민세 등 소위 직접세로 매달 6만원이 세금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씨가 눈치채지 못하는 세금은 더욱 많다. ‘보이지 않는 세금’으로 불리는 간접세를 최씨는 꼬박꼬박 내야 한다.
오전 7시 잠에서 깨자마자 사용하는 치약·칫솔·비누에는 10%의 부가가치세가 붙어있다. 하루 약 50원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하루 왕복 30km 출·퇴근 때 이용하는 자동차의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약 1700원에 이른다.
7000원짜리 점심식사에 640원, 4500원의 커피에 410원, 2500원의 담배에 1540원, 저녁 회식 때 마신 소주 2병에 1628원 등 하루에 약 5968원에 달한다.
결국 최씨는 매일 직접세(약 2000원)와 간접세(약 6000원) 등 총 8000여 원의 세금을 부담하는 셈이다.
이 같은 직장인들의 세금부담이 내년에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 한 사람이 부담하는 세금이 올해 501만원에서 535만원으로 34만원이나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7일 발표한 내년 국세 세입예산안에서 내년 국세 수입이 205조9000억원으로 올해 국세 수입 전망치인 192조8000억원보다 6.8%(13조1000억원) 늘어나고 지방세 수입은 56조6000억원으로 올해 전망치(52조5000억원)보다 7.6%(4조1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 세수는 모두 262조5000억원이며 이를 추계인구로 나눈 1인당 부담 규모는 535만원으로 올해(501만원)보다 34만원 증가하는 셈이다.
세목별로 보면 유류 소비량의 증가로 유류에 붙는 교통세 등이 올해 전망치보다 23.1%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민간소비 증가로 소비세 수입도 13.5% 늘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근로소득세는 올해보다 8.7%(1조6000억원) 늘어난 20조6000억원, 종합소득세는 9.9%(8000억원) 증가한 8조7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법인세도 올해 전망치(44조2000억원)보다 겨우 0.6%(3000억원) 늘 것으로 보인다.
세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19.3%에서 올해 19.3%, 내년 19.2%가 되고, 국민부담률은 지난해와 올해, 내년 모두 25.1%로 정부는 전망했다.
하지만 직접세에 해당하는 소득세·법인세 등의 증가폭보다 조세저항이 약한 간접세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간접세 비중은 2008년 48.3%에서 지난해 52.14%로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주로 상류층이 내는 직접세는 줄어드는 반면 서민층들이 부담하는 간접세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간접세 비중이 높은 사회일수록 조세 정의가 퇴행하는 국가로 분류되며, 실제 빈부 양극화도 더욱 심화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