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24)는
감정과 이성, 작품과 현실 속 자아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유지하는 나이답지 않은 노련한 배우다.
그런 그가 깊은 사랑에 흠뻑 빠졌다.
영화 ‘오직 그대만’(20일 개봉)으로
상업영화 첫 주연을 맡아
진한 멜로로 가을 스크린을 물들인다.
날 여자로 만든 작품
그는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 ‘오직 이 영화’라고 마음을 굳혔다. 남자 주인공으로 소지섭이 이미 정해진 상태였고, 무엇보다 그토록 하고 싶던 20대의 진한 사랑 이야기에 끌렸다.
“여배우로서 지금의 아름다움, 그러니까 여자가 돼 가기 직전의 싱싱함이라 할까요. 그런 걸 담고 싶었어요. 작품과 함께 여자가 돼 가고 싶었죠. 작품 전과 후의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는 말을 들었어요. 외모도 좀 변했고요.”
너무나 영화같은 사랑
영화는 밑바닥을 전전하는 전직 복서 철민(소지섭)과 시력을 잃어 가는 정화(한효주)가 시련을 견디며 사랑을 키워 간다는 내용이다.
“현실적인 멜로는 아니죠. 너무나 영화 같죠.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요. 그런 현실적이지 않은 사랑에 끌렸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 한 사람만 죽도록 사랑하는 게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은 제쳐놓고요.”
드라마로 순발력과 감정 조절 능력을 다져왔지만 자유롭게 맡기는 송일곤 감독 스타일에 오히려 초반에는 어려움이 컸다.
“준비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오히려 초반에는 힘들었어요. 우는 장면이 많았고 전체적으로 감정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데 커트와 커트 사이가 길다 보니 그대로 이어 가는 게 어려웠죠. 무엇보다 현장 분위기가 워낙 화기애애하다 보니 꽉 잡고 있던 감정도 촬영 직전에 놓쳐버릴 때가 많았어요.”
소지섭과 진짜 연인?
영화 속 모습과 메이킹 영상을 보면 소지섭과 실제 연인 이상의 다정함이 엿보인다.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감독님도 진짜 사귀는 느낌이 들도록 정말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촬영 전부터 말씀하셨어요. 소지섭 선배님이 불편하지 않게 저를 많이 배려해 줬죠.”
소지섭에 대해 “카메라 안에서는 조용한 가운데 거칠게 뿜어내는 에너지가 멋있고, 카메라 밖에서는 상상 이상의 소탈한 인간미가 매력인 선배”라고 했다.
“그렇게 깊이 빠져 있던 사랑인데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크랭크업 하루 만에 원래의 한효주로 돌아갈 수 있느냐’며 서운해 하시더라고요. 겉은 그렇게 차가워 보여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이 영화만’인걸요.”
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