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홍수현(30)이 하염없이 쏟던 눈물을 그치고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최근 막 내린 KBS2 ‘공주의 남자’에서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동생 단종과 남편 정종을 잃은 비운의 경혜공주를 열연한 그는 연기력에 물이 올랐다는 호평 속에 데뷔 10년 만에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 실록 보고 묘소도 방문
“무엇보다 연기력으로 칭찬을 받아 기쁘고 감사해요. 지금까지 묵묵히 연기를 해오길 잘한 것 같아요.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연기가 좋고 언젠가는 알아줄 거라는 확신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았어요. 앞으로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커졌어요.”
이번 배역을 위해 실제의 경혜공주를 깊이 이해하려 애썼다. 촬영에 앞서 2년 전 발간된 ‘조선공주실록’이란 책을 찾아보고 고양시에 있는 묘소에도 다녀왔다. 관리가 전혀 돼 있지 않은 묘소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경혜공주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제대로 표현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 이민우는 "베스트 파트너"
물론 연기가 쉽지는 않았다. 전작이 끝나기 전에 촬영을 시작해 체력 부담이 컸던 데다 촬영 초반 교통사고로 늑골에 금이 가는 부상까지 입었다. 그러나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다는 그다.
“슬프고 굴곡진 인생을 살았잖아요.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작품이에요. 단종과 정종이 죽을 때는 실제로 떠나보내는 것 같았죠. 정종의 죽음을 앞두고는 열흘 동안 대본만 봐도 눈물이 났어요. 짠한 커플이었어요.”
정종 역의 이민우에 대해 “연기에 대해 물어보면 시원한 답변을 해줬다. 파트너로서 대만족”이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극 중 끝까지 대립한 수양대군 역의 김영철에 대해서는 “평상시는 좋은데 연기할 때는 서로 노려봐야만 했다. 하지만 대선배와 연기를 주고받는 재미가 컸다”고 말했다.
당당하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이 경혜공주와 비슷한 까닭에 아직 배역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했다. 평소에는 작품이 끝나자마자 노래·그림 등을 배우러 다니지만 이번엔 당분간 아무 생각 없이 푹 쉴 생각이다. 다만 이번에 많이 울었으니 다음에는 재밌고 밝은 역을 해보고 싶은 것이 소망이다.
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