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 개봉 예정인 한국·태국 합작 액션물 ‘더 킥’에서 태국 왕실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 절도 조직과 한판 대결을 펼치는 ‘태권 아줌마’ 윤으로 출연한 예지원(38)은 잔뜩 들떠 있었다. 촬영을 앞두고 태권도 1단을 땄는데, 어느새 실력이 늘어 다음주 승단 심사를 치르게 됐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 모두가 날아다니는 분위기
우리에게 ‘옹박’ 시리즈로 낯익은 프라챠 핀카엡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태국의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는 지자 야닌을 비롯해 현지 액션배우들이 다수 참여했다. 대부분이 빌딩 3~4층에서 가뿐히 뛰어내리고, 덤블링을 걸어다니는 것보다 더 편하게 여길 만큼 탄탄한 액션 기본기를 자랑하는 상황에서 예지원과 남편 문사범 역의 조재현만이 비전문 액션배우였다.
욕심많은 그가 가만히 있을 리없었다. 상처 치료용 연고와 얼음 주머니를 달고 살면서도 액션 연습은 6개월 넘게 하루도 빼 먹지 않았다. “어렸을 적 무용을 배우면서 다른 운동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촬영하면서 태권도의 세계에 빠져들었죠. 처음에는 무용하듯이 발차기를 한다고 지적도 많이 받았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태권도하듯이 무용을 한다고 놀림을 받는 수준이 됐답니다.”
▶ 나보다 출연을 더 반겼던 남동생
남동생이 무술 마니아다. 태국의 국기인 무에타이를 비롯해 각종 무술을 섭렵했다. 누나가 출연 제의를 받았다는 소식에 본인이 더 흥분했던 이유다. “동생이 태국 촬영장에 자꾸만 놀러오겠다고 해서 극구 말렸어요. 아마 왔으면 현장 분위기에 반해 자기도 출연하겠다고 난리를 쳤을지도 몰라요. 하하하.”
평생을 액션영화 만들기에만 일로매진해온 태국 영화인들과 친해진 게 가장 큰 소득이다. 보호대도 없이 액션 장면을 찍고, “연습할 때부터 진짜로 때려달라. 안 그러면 촬영할 때 제대로 된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고 정중히 부탁하는 그들을 보며 ‘장인이 따로 없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 액션 여왕으로 계속 가봐?
속편도 당연히 오케이다. 물론 그 전에서 한국과 태국에서의 흥행 성적이 좋아야겠지만, 한 번 익힌 태권도 실력을 썩히기 아까워서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준비중인 차기작은 멜로 장르다. “촬영장에서 몸이 근질근질하면 어쩌나 벌써부터 고민입니다. ‘와호장룡’의 양자경이나 장쯔이처럼 폼나는 액션 연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물론 촬영할 때는 죽을 만큼 힘들겠지만, 그 쾌감을 다시 맛보고 싶어요.” 사진/최현희(라운드테이블) /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