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채원(25)은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영화 ‘최종병기 활’이 최고 흥행작 반열에 오르며 대종상 신인상을 수상했고, 최근 막 내린 KBS2 ‘공주의 남자’에서는 연기력 논란을 극복하고 높은 시청률까지 잡았다.
“느낀 것도 얻은 것도 많은 해였어요. 데뷔 후 지난 4년간 가장 잘된 작품들이죠. 연달아 두 편의 사극을 선보였음에도 마음을 열고 봐주셔서 감사해요. 그러나 제가 아닌 캐릭터가 사랑받은 거라 생각하기에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커졌어요.”
두 작품에 출연하기까지 마음고생이 컸던 탓에 애써 담담한 모습이다. 2009년 KBS2 ‘아가씨를 부탁해’ 종영 후 1년간의 공백을 거쳐 지난해 말 SBS ‘괜찮아, 아빠 딸’로 복귀했으나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뒀다. 이어 수양대군의 딸 세령 역을 맡은 ‘공주의 남자’에서도 방영 초반 연기력 논란에 휩싸여 또 한 번 마음고생을 했다.
“1년간 쉬면서 스스로 실망했던 모습들을 고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어요. 그렇기에 연기력 논란이 불거졌을 때 더 힘들었고, 인터넷마저 끊었죠. 영화를 끝낸 다음 날 첫 촬영에 들어가 연기 톤을 잘못 잡았고, 흐트러진 집중력과 부족한 연기력까지 겹쳐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은 것 같아요.”
극 중 아버지의 원수 김종서의 아들 승유(박시후)가 증오심에 불타 절규하는 모습을 촬영장에서 처음 본 순간에야 그를 목숨마저 내놓고 사랑하는 세령의 캐릭터를 다잡을 수 있었다. 이후 절절한 연기로 연기력 논란을 불식했다.
“저도 실제로 가슴 아픈 사랑 해봤죠. 사랑이 완성이 되지 않으면 다 가슴 아픈 사랑 아닌가요? 누구든 사랑에 빠지면 세령처럼 안 보이고 안 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세령과 승유의 사랑이 완성된 해피엔딩이 그런 저와 시청자들을 대리만족시켜준 것 같아 마음에 들어요.”
지난 1년간의 촬영으로 지친 체력과 마음을 재충전하고자 인터뷰 직후 스페인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여성스럽고 단아한 이미지와 달리 레이스가 달린 의상을 싫어하고 스스로를 아직 철딱서니가 없다고 말하지만, “여행은 인생이 혼자임을 알게 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게 해준다”고 차분한 사색의 향기를 풍겼다.
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