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권모(54) 씨는 얼마 전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는 아들 명의의 서류 한 통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아들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3곳에서 대출받은 1300만원을 갚으라는 내용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연락을 끊은 아들을 수소문해보니 대출 빚을 갚기 위해 소위 ‘거마 대학생’(거여·마천동에서 강제합숙하며 대학생들에게 다단계 판매교육을 하다가 당국에 적발된 사건)이 됐다가 현재 친구 집을 전전하는 중이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거마 대학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이 대책을 내놓았다.
대학생 대출을 고금리의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 은행권 저금리 상품으로 옮기는 작업을 금융감독원 주도로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금리가 연 10%대인 대학생 전용 대출상품을 은행권에서 처음 출시하기로 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은행,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일단 은행들은 서민전용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과 비슷한 개념의 대학생 전용 대출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새희망홀씨는 저소득 서민에게 연 11∼14%의 금리로 2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신용대출 상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는 10%대에서 결정될 전망”이라며 “30%대인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의 대학생 대출상품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저축은행의 대학생 대출구조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금감원은 저축은행 업계에 대해 대학생에게 돈을 빌려준 뒤 부모 등 제3자에게 변제를 요구하는 행위와 정부가 지원하는 학자금대출과 유사한 명칭을 대학생대출상품에 붙이는 것을 금지했다.
또 현재 연 30%대인 대학생 대출상품의 금리를 연 20%대로 낮추고, 대출한도도 500만원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금융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금융권에 쏟아지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금감원이 대학생 대출을 취급한 28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연 30%대 고금리로 돈을 빌린 대학생은 10만8000명이나 됐다. 이는 2009년 말보다 3만9000명(56.5%)이나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대출잔액은 2212억원에서 3742억원으로 1530억원(69.2%) 늘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대학생 대출 가운데 제때 갚지 못한 연체금은 무려 3860억원에 이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인터넷을 통해 쉽고 간편한 소액대출 위주로 영업하다 보니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며 “대학생 대출 실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저축은행의 대학생 대출을 강력히 억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