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J가 새로운 ‘몬주익의 영웅’으로 우뚝 섰다.
이들은 29일 바르셀로나 파블로 에스파뇰에서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스페인 단독 공연을 개최했다. 파블로 에스파뇰은 해발 213m의 몬주익 언덕에 위치한 정통 고대 유럽 양식의 건축물이자 스페인 문화의 상징으로 순식간에 웅장한 야외 공연장으로 변모했다.
특히 이곳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린 올림픽스타디움 인근에 자리해, 당시 황영조가 이 언덕을 달려 고 손기정에 이어 56년만에 마라톤 금메달을 목에 건 영광의 장소이기도 하다.
K-팝 열풍이 유럽 전역에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최초로 스페인을 찾은 한국 가수의 공연에 3000여 관객은 2시간 내내 온몸을 들썩였다. 특히 JYJ는 각종 관객동원 기록을 세운 K-팝의 개척자로서, 관객 수 보다 훨씬 중요한 무대의 가치를 이번 공연을 통해 얻었다.
2주 전 일본 이바라키현에서 개최한 야외 공연에서 한 회 4만 관객을 동원했던 이들은 비록 관객 수는 10분의 1에도 못 미쳤지만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팬들로부터 뜻 깊은 환호를 받았다.
월드와이드 앨범의 수록곡 ‘엠프티’를 시작으로 ‘피에로’ ‘에이 걸’ ‘비 마이 걸’ 등 영어 노래를 연달아 부른데 이어, 국내 드라마 삽입곡인 박유천의 ‘아이 러브 유’, 김재중의 ‘지켜줄게’, 김준수의 ‘유 아 소 뷰티풀’로 솔로 무대를 장식했다.
공연 후반부는 ‘낙엽’ ‘겟 아웃’ 등 최근 발표한 한국어 앨범 수록곡으로 채웠다.
스페인 관객뿐 아니라 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아시아 각국에서 온 다국적 팬들은 자국의 국기를 펼쳐 흔들며 각기 다른 언어로 열광했고, 하나의 언어로 합창했다.
영어 곡을 따라부르던 관객들은 한국어로 된 노래까지 완벽히 합창했고, 공연 내내 열광적으로 멤버들의 이름과 함께 “사랑해요”를 외쳤다. 이번 공연에는 세계적인 안무감독인 라파 멘테즈가 참여했고, 현지 안무팀이 환상적인 아크로배틱 퍼포먼스로 무대를 풍성하게 매웠다.
김재중은 “지금까지 해왔던 공연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유럽에서 의미있는 첫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에서 바닥부터 다져갔던 것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과정의 중요성은 같다고 믿으며 유럽에서도 1만 석 이상의 공연을 개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남부 유럽의 K-팝 현주소를 확인한 JYJ는 다음달 6일 독일 베를린에서 5000석 규모의 유럽투어 두 번째 공연을 개최한다. /바르셀로나=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