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진(39)은 배우라는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 얼마 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을 돕는 멘토단으로 활동하는 등 각종 사회 운동에 앞장서는 소셜테이너로 더 주목받고 있다. 그런 그가 다음달 개막하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통해 본업으로 돌아왔다. 임신 6개월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 특유의 솔직한 화법으로 자신을 설명했다.
# 여성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본격 여성주의 연극으로, 여성의 성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성에 대해 잘 모르는 여성들이 많은데, 전근대적인 남성우월주의가 남아 있는 이 사회에서 금기와 내숭을 뛰어넘어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편견을 갖고 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욕먹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 소셜테이너
청소부·경비원 등 공기 같은 분들이 제대로 대우받기를 원한다. 가장 힘든 노동을 하는 분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사회 전체가 변화될거라는 생각에서다. 사회적인 발언들로 방송 출연 제약을 받고 있지만, 내가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뒤에서 투덜거린다고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 눈치 보며 할 말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 트위터리안
사회 참여는 이전부터 많이 했는데, 최근 트위터를 통해 금세 알려지니 주목받는 것 같다. 사람들이 간혹 정치인이 되려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느냐고 묻는데, 국회에 들어가 싸우는 것만이 정치가 아니다. 트위터를 통해서도 정치는 할 수 있다. 또 사람들이 자꾸 내 정체를 밝히라고 하는데 나는 그저 나일 뿐이다.
# 엄마
내년에 엄마가 된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포기하는 마음이 컸는데 7년 만에 임신을 해 무척 기쁘다. 그동안 사회 문제에 참여하면서 내 아이가 없는 대신 모든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생기니 더욱 책임감이 느껴진다.
# 아내
남편 김진민(MBC PD)씨는 꽤 보수적인 사람이었지만, 나 때문에 많이 변했다. 특히 나와 내가 하는 일 모두 자랑스러워한다. 이번 연극 출연도 내가 임신 중이라 걱정했지만, 연출자라 밖에 있는 날이 많아 내가 집에 혼자 있는 것을 안쓰러워했기에 지지해준다.
# 배우
전공인 독어독문학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던 차에 우연히 시작한 연극이 나를 배우로 만들었다. 배우가 천직은 아니다. 무엇이든 즐겁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면 만족한다. 지금은 연기가 즐겁다.
사진/최현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