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한(32)이 뮤지컬 ‘겨울연가’로 주목받고 있다. 배용준이 드라마에서 열연했던 민영과 준상 1인2역을 맡아서다. 그러나 이미 7년 차 베테랑 뮤지컬배우이자 김지영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뒤늦은 주목인 셈이다.
다정하고 따뜻한 민영의 이미지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드라마 연출자인 윤석호 감독의 인정을 받아 오디션 당일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차세대 한류 상품으로 관심을 모으는 작품의 주인공이었기에 당연히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한류의 시초인 배용준씨가 했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영광과 동시에 부담이었어요. 사람들은 ‘준상은 무조건 배용준’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배용준씨의 이미지를 배제할 순 없겠지만, 준상을 연기한 배우 김태한으로 봐줬으면 해요.”
지금은 부담감을 떨치고 배역을 즐긴다. 뮤지컬의 특성을 살려 관객에게 드라마보다 밀도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만 생각한다. 그 결과 배용준을 생각하며 공연을 보러온 일본팬들에게도 인기를 높여가고 연기에 여유도 생겼다.
“어머니 관객들은 공연을 보며 눈물 짓는 분들이 많지만, 연기하는 제 입장에서는 가끔 닭살스러워서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해요. 공연 중 함박눈 효과를 내는 소품이 목젖에 달라붙을 때는 웃음을 참기 힘들죠.”
상대 배우인 유진 역 최수진과의 호흡도 척척이다. 특히 소녀시대 수영의 친언니라 연예인 집안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마음도 잘 통한다. 김태한은 누나 김지영은 물론 남성진·남일우·김용림 등 사돈 식구들 모두 연기자 집안이다.
“누나를 보며 자연스럽게 연기자의 꿈을 키우게 됐지만, 누나의 그늘에 가려지고 싶지 않았죠.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누나 덕에 저를 보여줄 기회가 많아서 좋은 것 같아요.”
누나가 많은 사람들을 데려와 함께 공연을 보고, 연기자 선배로서 조언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물론 고충도 있다. 세르비아 대통령 앞에서 공연할 때도 떨지 않았다는 그가 데뷔작 ‘미스터 마우스’를 누나와 사돈 식구들이 보러왔을 때는 긴장했다.
‘김종욱 찾기’ ‘카페인’ 등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연기 영역을 구축한 그는 ‘겨울연가’를 기회로 앞으로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넓히는 것이 목표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사진/서승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