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토크쇼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한 데에는 토크 콘서트, 인터넷 라디오 등을 통한 젊은층 끌어안기 전략이 주요했다는 분석이 나옴에 따라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유사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 토크콘서트 20분만에 매진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과학대학원장이 정치권에 일으킨 태풍의 뿌리는 지난해 5월부터 전국을 돌며 진행한 ‘청춘콘서트’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저서 ‘문재인의 운명’ 출간을 기념해 전국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야권 대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사람이 10·26 선거 승리를 전면에 나서 도왔다면, 인터넷 라디오 ‘나는 꼼수다’는 정치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환기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지난 4월 시작한 이 방송은 중요 정치 현안에 대해 직설적이며 ‘편파적’인 해설로 신세대 감성과 완벽히 코드를 일치시켰다.
최근 열린 ‘나꼼수 토크 콘서트’는 예매 20분 만에 매진됐고 이후 열릴 지방 콘서트 티켓 역시 몽땅 팔렸다. 특히 ‘나는 꼼수다’는 팟캐스트(아이팟 방송) 전세계 다운로드 1위의 막강한 영향력을 등에 업고 이번 선거의 이슈와 판세 변화를 주도했다는 데에 여야 모두 의견을 같이 한다.
이와 함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6월부터 시작한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 이해찬 전 총리가 지난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해찬의 정석 정치’도 꾸준히 팟캐스트 순위를 높여가고 있다.
◆ 재미있는 형식 젊은이에 어필
여권의 행보도 분주하다. 이번 선거에서 패한 한나라당은 20~40대와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드림토크’를 5일부터 시작한다.
‘청춘콘서트’와 유사한 방식으로 서울·부산·광주·대전 등 전국의 대학을 찾아 방송인 조혜련, 산악인 엄홍길, 양준혁 야구해설위원 등이 멘토로 나서 토크 형식의 강연회를 연다. 홍정욱·정두언·황영철·진수희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오피니언 리더’란 이름으로 이 자리에 함께한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같은 목적으로 ‘타운미팅’을 시작했고, 지난달 31일 홍대 인근 생맥주집에서 대학생 30여 명과 만났다.
그러나 여권의 이 같은 행보는 아직은 ‘따라하기’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홍 대표는 대학생들의 날선 비판에 진땀을 흘렸고, 지난달 12일 홍 대표가 시작한 인터넷방송 ‘라디오 스타’는 관심 부족으로 2회 방송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기존 정치구도를 깨는 새로운 플랫폼이 주목받는 현상에 대해 두리미디어 이재환 기획차장은 “딱딱하고 어렵다고 생각되는 정치와 사회문제를 토크쇼라는 재미있는 형식으로 파고들어 비전을 제시한 점이 암울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막강한 파괴력을 지닌 이 같은 정치 도구들은 보수언론이 독점했던 여론 형성 구조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영미씨는 “대중매체보다 심의·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로를 찾는 현상에서 기득권에 장악된 매체들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