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자국을 부르는 ‘G2’라는 용어를 가능하면 반납하고 싶어한다. 해결할 문제가 산적한 자신들에게 G2는 권위나 명예를 훨씬 넘어서 책임만을 강요한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그래서 중국 오피니언 리더들은 G2라는 용어가 ‘빚을 내 소비하는 저팔계’라는 치욕적 별명으로 불리게 된 미국의 음모라고 비판한다.
자국에서 점화된 다음 유럽에서 번지는 지금의 전 세계 경제위기에 책임이 있는데도 모든 것을 손오공이 아닌 중국에 미루고 더 이상 나서려 하지 않는 행태를 비난하는 것이다.
심지어 후진타오 국가 주석은 “중국은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 G2라는 용어는 언감생심이다”라는 요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중국도 여의봉을 휘두르는 손오공이 아니지만, 세계를 엉망으로 만든 저팔계 미국도 삼장법사인 척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의미를 담은 말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진짜 현실이야 어떻든 중국은 앞으로 세계, 특히 유럽연합(EU)의 경제위기를 위해 손오공 역할을 떠맡아야 할 것 같다. 또 원죄를 짊어져야 할 저팔계가 아닌 훈수꾼 삼장법사가 되려고 하는 미국의 억지 역시 인정해야 할 듯하다.
지난 주말 프랑스 칸에서 폐막한 ‘G20 정상회의’는 바로 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의 훈수를 등에 업은 유럽연합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참여를 요청하자 후 주석이 일도양단 거절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최고 경영자 클라우스 레글링을 비롯한 EFSF의 고위 관계자들 역시 앞으로 베이징을 찾아가 참여를 끈질기게 권유할 방침으로 있다. 도저히 거부하지 못하게 아예 미리 청구서를 내밀겠다는 심보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내년 이후일 것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와 미국 국채보유액은 또 다시 세계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미국과 유럽이 G2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하라는 요구를 들이밀 개연성이 농후하다. 상당히 피곤해지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중국의 국가적 위상은 상당히 올라간다. 그러나 중국이 “돈이 많으면 행복해진다”고 절대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