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완벽한 외모를 지닌 사람은 없다. 조물주가 그렇게 만들었다. 다들 부러워하는 배우나 탤런트, 모델들도 신체적 결함을 실토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몸에 손을 댄다. 성형시술이 점차 유행하는 이유일 터. 요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성형을 생각한단다. 아름다워지려고 그러는데 탓할 일도 아닌 것 같다. 모든 사람의 이상이기 때문이다.
머리숱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한 움큼씩 빠져 경악한다. 유전적 요인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른바 대머리를 말한다. 그렇다고 조상을 원망할 수도 없는 일. 탈모를 방지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한다. 좋다는 약을 구해 먹고, 바른다. 머리숱을 살리기 위해 처절하리 만큼 공을 들인다. 일부 효과를 보기도 한다. 그래도 안되면 최후의 수단으로 가발을 쓴다.
대머리가 법의 심판대에도 올랐다. 대머리라고 부르면 명예훼손이 될까.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 30만원’이 선고됐다. 이번엔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웃어야 할까. 대머리가 표준어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대머리 입장에서는 자기를 경멸하고 비하하는 소리로 들린다. 한국어만이 가진 특성일 듯싶다.
이야기방인 다음 아고라에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오늘의 아고라’에 선정돼 많은 이들이 추천을 해줬다. 그러나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갑론을박을 했다.
“판사가 대머리였다면 저런 판결이 나왔을까요?” “못생긴 사람보고 못생겼다고 하면 명예훼손이고, 안 예쁜데 공주병 가진 여자는 허위사실 유포죄... 세상 살기 어렵네~” “국어사전에서 ‘대머리’란 단어를 ‘다머리’로 바꿔주세요”. 다분히 주관적인 의견들이다.
1960년대 히트했던 대중가요 ‘대머리 총각’을 패러디한 재밌는 글도 올라왔다.
가사에 대머리란 말은 없다. 그런데 노랫말이 싱겁다. 대머리 판결에 불만을 품은 대머리들이 집단행동을 한다면 어떻게 아우를까.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