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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겨울여자'의 남자를 보내며

조성준의 와이드엔터

지난해 곽지균 감독에 이어, 배우 김추련이 8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1970~80년대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연기자와 연출자가 차례로 자신의 집에서 외롭게 목숨을 끊은 것이다.

김추련은 젊은 세대에겐 다소 낯설겠지만, 40대 중반 이상의 영화팬들에겐 비교적 익숙한 얼굴이다.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출연작만 59편인데, 대표작은 뭐니뭐니해도 1977년작 ‘겨울여자’다.

1970년대 후반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성 모럴에 혼란을 느끼는 주인공 이화(장미희)의 대학 선배로 나와 강렬한 남성미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밤의 찬가’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1980년대 초중반까지 맹활약했다.

여느 주연급들과 달리, 투박하고 거친 외모가 장점이자 특징이었다. 당시만 해도 무조건 잘생겨야만 주인공으로 나서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더욱 돋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정이 불가능했던 경상도 사투리는 동시녹음 시대에 가장 큰 핸디캡이었다. 서서히 밀려날 수밖에 없었고, 영화 제작과 음반 취입으로 다른 활로를 모색했지만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간 곽감독처럼 독신으로 살 만큼 예민하고 섬세한 심성의 소유자가 견디어내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이들의 쓸쓸한 마지막은 도전과 재기를 조금도 허락하지 않는 요즘의 냉혹한 영화계 분위기와 맞물린다. 상업적인 가치가 조금이라도 떨어졌다 싶으면 매정하게 내쳐버리는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자살이란 한 개인의 비극적인 선택을 무조건 외부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두 명이나 연달아, 이름이 알려져지 않은 음지의 영화인들까지 포함하면 여러 명이 최근 들어 스스로 세상을 저버리고 있다. 성장과 생존만을 부르짖고 있는 영화계가 한 번쯤은 차분히 뒤를 돌아봐야 할 시점인 듯싶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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