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정선아(27)는 시원한 외모와 당당한 말투에서 가수 서인영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10년차 베테랑임을 안다면 원조는 그다. 다음달 9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에비타’의 주인공을 맡아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2002년 ‘렌트’의 미미로 데뷔해 ‘지킬앤하이드’의 루시, ‘모차르트’의 콘스탄체, ‘아가씨와 건달들’의 사라 등에 이어 이번에도 주인공으로 나선다.
“부담보다 기쁨이 더 커요. 처음엔 큰 부담에 섣불리 출연을 결정하지 못했지만,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보기로 했죠. 배우 생활 10년의 터닝포인트가 될 이 작품으로 뮤지컬계에 제 존재감을 알리고 싶어요.”
극 중 사생아로 태어나 삼류배우를 거쳐 아르헨티나의 영부인이 된 에비타를 연기한다. 아르헨티나의 국모로 칭송받는 실존 인물 에바 페론을 뮤지컬화한 것이다.
“주로 못되고 섹시한 역할을 맡았어요. 그러나 순수한 배역도 할 수 있다 생각하고 연기 영역을 넓혀왔죠. 성녀와 악녀를 오갔던 에비타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에비타의 남편인 대통령 후안 페론 역의 박상원과 연기 호흡을 맞춘다. 25세 차이지만, 극 중 나이 차도 그 정도인 데다, 그동안 최소 10세 연상의 남자 배우들과 호흡 맞춰온 터라 익숙하다. “멋진 남자의 가호가 있어 이모 언니들이 몰릴 것 같다”고 박상원에게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 태닝숍 부업 … 아이돌 단골
중학생일 때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고 일찌감치 뮤지컬배우라는 목표를 세웠고, 18세에 주인공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승승장구했다. 10년차 배우가 됐지만, 워낙 어린 나이에 데뷔한 탓에 사람들이 “아직도 서른이 안 넘었느냐?”고 놀라곤 한다.
“처음부터 계속 주인공을 맡다보니 예전에는 제가 잘난 줄 알고 살았어요. 지금은 기회를 준 분들이 있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고마움을 잊지 않죠. 지난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는데, 제가 설 자리는 무대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극복했어요.”
최근 부업으로 태닝숍을 오픈한 것도 배우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란다. 마음을 비우고 시작했지만, 카라·2PM 등 아이돌 스타들의 단골집으로 번창하고 있다.
“배우로서 돈에 따라 작품을 선택하고 싶지 않아 부업을 시작했어요. 저는 뮤지컬배우로서의 자존심이 가장 세요. 어떤 장르보다 우월하다 생각하죠. 언제까지나 뮤지컬배우로 남고 싶어요.”
사진/최현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