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이 최루성 멜로의 전형성에도 연일 화제를 모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작가 김수현을 축으로 김수현 사단으로 불리는 익숙한 배우들과 새로운 얼굴들이 씨실과 날실로 엮이면서 초반부터 정통 신파극을 직조한다.
드라마는 여인의 인생과 가족의 굴레에 강점을 보여온 김 작가를 다시 한번 신드롬의 중심에 세울까. 아니면 노장의 귀환이라는 절반의 성공만을 던져줄까./편집자주
김수현 작가는 시대를 바꿔 가며 다양한 드라마로 대중의 심금을 움켜쥐어 왔고, 그의 작품에 출연하는 여배우는 연기자이면서 시대의 표상이 되기도 한다. ‘천일의 약속’에 출연 중인 수애와 함께 김수현의 대표 ‘뮤즈’들을 살펴봤다.
◆ 김희애
충실한 필모그래피를 통해 연기력을 쌓던 중 결혼, 더딘 행보를 걷던 김희애를 단단한 배우로 자리매김해준 드라마가 SBS ‘완전한 사랑’이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당차게 살아가는 영애 역을 맡아 철딱서니 남편 시우 역의 차인표와 호흡을 맞췄다. 불치병으로 죽어 가던 절정의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듬해 KBS2 ‘부모님 전상서’에선 아픈 아들을 때론 엄하게 때론 따뜻하게 훈육하는 의지의 엄마로 출연해 당시 아역배우이던 유승호의 연기 멘토링을 했다. 캐릭터 변주는 2007년 SBS ‘내 남자의 여자’로 이어져, 욕망에 솔직한 화영을 매력적으로 그려내 동시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우뚝 섰다.
◆ 심은하
심은하는 김수현 작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단 한 작품으로 온 국민의 머릿속에 그 이상의 대체제를 찾을 수 없도록 한 배우다. 다른 연예인들과 확실히 구별되는 존재감으로 이미 톱스타였던 그는 하늘을 찌르던 인기에도 ‘고만고만한 연기’라는 배우로서의 결핍이 있었다. 김수현은 이 부분을 정확히 간파했고 심은하가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SBS ‘청춘의 덫’에서 화려한 장을 마련해줬다.
디자이너 진태옥의 단정한 테일러슈트를 입고 머리칼 한 올 남기지 않고 반듯하게 빗어 묶은 헤어스타일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고, ‘심은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 수애
수애는 반가운 한편 뜻밖의 카드다. 검고 큰 눈동자와 복고풍의 미모는 최루성 멜로 장르에 맞춘 듯 어울리지만 영화 촬영장의 도제 시스템에 익숙해온 그다. 드라마의 빠르고 복잡한 제작 분위기에 투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뻔한 줄거리와 그다지 새롭다 할 수 없는 캐릭터임에도 ‘오케이’를 한 건 김수현 작가이기 때문이다.
이번 드라마에서 그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사랑의 기억을 잃어 가는 서연 역을 맡아 입는 옷과 말투 등 좋은 소리 싫은 소리를 두루 듣는 중이다. 드라마 ‘아테나’, 영화 ‘심야의 FM’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 변신을 꾀해 온 그가 김수현과 만나 무르익은 매력과 연기력이 폭발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