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금발의 섹시가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진지한 표정에 나직한 목소리로 조근조근 얘기하는 중년의 베테랑 영화인만 있었다.
세계적인 톱스타 브래드 피트(48)가 영화 ‘머니볼’(17일 개봉)의 홍보를 위해 내한했다. 14일 밤 홀로 조용히 입국해 다음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서투른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 한국에 온 소감은?
지난해 ‘아내’(앤절리나 졸리로, 지난해 ‘솔트’의 홍보를 위해 내한했다. 이들은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다)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었다. 초대해줘서 감사하다.
- 영화에서 불안과 확신이 교차하는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최하위팀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운영을 맡아 혁신적으로 팀을 개조한 실존인물 빌리 빈 단장으로 출연했다. 촬영을 앞두고 빈 단장을 만났을 때 경쟁심이 매우 강하지만 내면에 불안함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 나도 비슷한 성격이므로 자연스럽게 계산되지 않은 연기가 나온 것같다.
- 메이저리그만큼이나 냉정한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쇼를 즐기며 살아남는 방법은?
어떤 가치관으로 어떤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나에 항상 관심을 쏟는다. 다양한 재능을 지닌 영화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다른 배우들과 차별화될지도 중요하다.
- 이 영화로 내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라는 외신이 전해지고 있다.
영화 제작과 출연의 가장 큰 목표는 하이 퀄리티의 작품을 제공하고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상을 내가 받든, 친구들이 받든 좋은 일이다. 진하게 술 한잔 하며 기뻐하면 그뿐이다.
- 한국 영화계와 손잡을 계획은 없나?
현재 촬영중인 좀비 블록버스터 ‘세계전쟁 Z’에 롯데시네마 자본이 들어왔다. 글로벌 시대이므로 뜻이 맞는다면 언제든지 같이 일하고 싶다
- 쉰이 넘으면 연기를 중단하고 제작에만 전념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배우 활동에 기한을 둔 적은 없다. 앞으로는 제작에 좀 더 많은 신경을 기울이겠다는 뜻이었다.
-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생각은?
나이가 들면 지혜가 따라온다. 젊음과 지혜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무조건 지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사진/최현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