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한달여 이어졌던 지리멸렬한 한미자유무역협정 처리(FTA) 비준안 처리 공방이 단 4분 만에 끝났다.
한나라당이 22일 예정에 없던 국회 본회의를 열고 한미FTA 비준안을 전격 처리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처리하겠다며 시간을 끌던 여당은 기습상정, 날치기 처리로 한미FTA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은 의정 사상 처음으로 최루탄까지 등장시키며 막았으나 한미FTA 저지에는 수적으로 역부족이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의 강력 저지 속에 비준안을 표결에 부쳐 의원 17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51명, 반대 7명, 기권 12명으로 비준안을 가결했다.
한미FTA 비준안은 본회의 시작 4분 여만에, 한미FTA 부수 14개 이행법안은 30분 여만에 모두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본회의 자체를 사실상 비공개한 상황에서 표결을 강행처리 했다. 이를 위해 박희태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을 위한 심사기일을 지정했고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사회권을 넘겨받아 신속하게 표결절차를 진행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민을 무시한 ‘날치기 처리’라고 강력 반발했다. 특히 표결에 앞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 내 의원 발언대에서 의장석을 향해 최루탄을 터뜨리면서 본회의장이 한때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정국 경색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한미FTA 비준안 처리 후 날치기 처리에 항의하는 뜻으로 본회의장에서 연좌농성하며 향후 국회 일정 보이콧을 결의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향후 모든 국회 일정을 중단하고 한나라당의 폭거에 맞서 강력히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민주당 등 일부 야당의 당리당략을 위한 반대 때문에 한걸음도 내딛지 못한 국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FTA 비준안 국회 통과에 대해 조만간 직접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FTA 발효 시점에 대해 정부는 “내년 1월 1일이 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외신, 난장판 국회 생중계
세계 주요 외신은 한국 국회의 FTA 강행 통과를 신속히 보도했다.
CNN은 “한국 국회에서 이상한 사건이 일어났다. 국회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렸음에도 비준안이 가결됐다”며 YTN 화면을 빌어 생중계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한미 FTA 체결은 한미 관계에 고속도로를 닦는 것”이라는 상공회의소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BBC의 서울 특파원 루시 윌리엄스는 “많은 유권자들이 거대정당(한나라당)의 완고한 전술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