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카 님께서 A양 비디오로 디도스를 막으려고 합니다.”(dhj***)
“종로서장을 때린 사람은 시민이 아니라 경찰이라고 하네요.”(@thek***)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대한민국이 또다시 음모론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권위 있는 기관의 수사와 공식적인 평가보다는 인터넷과 쇼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급격히 확산하는 의혹들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그런데도 고급 정보를 쥔 정부가 제대로 된 공개를 꺼리면서 ‘음모론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허무맹랑한 괴담까지 춤을 추고 있다.
6일 인터넷과 SNS에는 미스코리아 출신 유명 방송인 A씨의 섹스 동영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사안을 덮으려 한다는 의혹들이 대거 쏟아졌다. 경찰이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9급 비서 공모(27)씨를 지목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궁지에 몰리자 연예인 음란 동영상으로 물타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한 네티즌은 이번 디도스 공격이 “청와대 묵인 하에 이뤄진 한나라당 작품”이라며 ‘박근혜 쪽 감지, 발설→ 한나라당 해체→ 박근혜 중심으로 헤쳐 모여→ 친이계 숙청→ 보수대결집을 전제로 한 신당창당→대선 승리’라는 새로운 음모론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 과정에서 발생한 종로경찰서장 폭행사건도 자작극이라는 음모론도 최근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열광한 음모론은 MB정부 들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3월 북한에 의한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한국 정부의 자작극설, 미군 오폭설 등 음모론이 난무했다. 올 4월에는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지아의 이혼소송 보도가 나오자 ‘BBK사건 손해배상 판결을 덮기 위한 꼼수’라는 음모론이 활개를 쳤다. 이어 8월에는 ‘왜 오세훈(전 서울시장)이 사퇴하는 날에 곽노현(서울시교육감) 부정의혹 사건을 발표할까’는 의혹도 널리 퍼졌다.
이처럼 음모론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해명보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이들을 즉각 처벌하겠다며 위협하는 정부의 대응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10·26 재보선 당시 인터넷 방송 ‘나꼼수’에서 선관위와 박원순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의혹을 제기했을 때에도 정부는 괴담으로 치부했다가 최근 사실로 밝혀지면서 망신을 당한 바 있다.
김유승 중앙대 교수는 “정부가 정보 공개 청구요청을 묵살하거나 엉뚱한 자료를 내놓고 거짓말을 하는 나쁜 행태를 되풀이해 괴담을 더 키워내고 있다”며 “정부가 말하는 ‘괴담’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진솔하게 소통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