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누리꾼이 사이버 공간에서 맞붙었다.
양국 네티즌은 지난 12일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단속하던 한국 해경 1명이 중국 선원의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 이후 크게 엇갈린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13일 중국 인터넷 검색 사이트 바이두에는 “한국의 폭력 행위에 폭력으로 대응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한국은 조심해야할 것이다” “한국 바다에 해군을 보내자” “(한국 해경으로부터) 먼저 압박당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겠느냐” “중국의 인민영웅(선장 청다위)을 지지한다” 등의 글을 올렸다.
중국의 대표적 포털사이트 큐큐닷컴은 이날 ‘이번 사건의 주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보느냐’는 긴급 설문조사를 시작, 오전 10시30분 현재 81%인 1만427명이 ‘한국 경찰’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또 다른 네티즌들은 “우리 어민들이 욕심을 부린 것” 등의 의견과 더불어 이번 사건으로 숨진 이청호(41) 경장을 추모하는 글을 남기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네티즌들은 “반성은커녕 큰소리를 치는 중국인들의 심보는 대체 무엇인가” “적반하장 식 댓글에 무척 화가 난다” “명백한 해양주권 침해 행위인 불법 조업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정부의 대 중국 외교와 미흡한 예방조치를 질타하는 글을 쏟아내는 중이다.
네티즌 김모씨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이 순직했는데 언제까지 외교 마찰만 운운할 것인가.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네티즌 권모씨는 “주인이 도둑에게 당하는 꼴을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나. 도둑의 눈치만 보며 어물쩍 눈감아 주기를 되풀이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불법조업 어선의 규모가 늘어나고 수법이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론이 커지는 양상이다.
실제 중국 선원이 휘두른 삽에 맞은 해경이 숨진 2008년, 정부는 주한 중국대사에게 유감을 표명하고, 불법조업 근절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 전부다. 지난해 12월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이 군산 앞바다에서 단속에 나선 해경 경비함에 돌진, 충돌한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중국 선원 3명을 불기소 처분한 뒤 중국으로 돌려보내 “저자세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홍순도 인민일보 해외판 한국대표처 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부터 중국 정부로부터 대화 상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미국의 동맹만을 강조한 이 정부의 외교기조가 화를 자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중국과 협상할 외교적 역량이 있을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