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5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이벤트 홀. 오케스트라 공연이 한창이다. 그런데 어찌 된 노릇인지 박자가 살짝 맞지 않고 단원 간 하모니도 매끄럽지 않다. 무료 공연이라 해서 지나던 길에 들른 시민들도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1시간 여의 공연은 큰 사고 없이 끝났고 관람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정체불명의 이 오케스트라는 IT 기업인 한국오라클 직원들로 구성됐다. 이날 공연을 위해 색소폰 담당 A부장, 첼로를 맡은 B과장, 바이올린을 든 C사원 등은 석 달 전부터 연습을 했다. 아주 특별한 송년회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다른 팀에서 발탁된 직원이 단합해 공연을 준비하고, 동료와 함께 어우러지며 한 해를 더욱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어 뜻 깊다. 특히 문화를 시민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의지도 남다르다”고 말했다.
지글거리는 삼겹살과 소폭(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 노래방이 지배하던 송년회가 사라지고 있다. 새벽까지 달리는 부담스러운 술자리 대신 서로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이색 이벤트가 송년회로 인기를 얻는 중이다.
3D 솔루션 업체 다쏘시스템코리아는 용산의 한 극장을 빌려 올해 회사의 이모저모를 담은 영상과 함께 전 직원의 새해 각오를 인터뷰한 영상을 관람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조영빈 대표는 “이런 송년회가 부끄러울 수 있지만 많은 이들과 함께 새해 의지를 다지면 그만큼 실행력도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인터넷 메신저와 e-메일에 익숙한 직원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서로 더 잘 이해하고 응원하는 사이로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계 1위 보안전문기업 ADT캡스는 22일까지 서울 삼성동 본사와 장안동 지사 건물 로비에 ‘소망 트리’를 마련한다.
이 트리에는 전 직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적은 나뭇잎이 매달려 있는데 서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 격려와 감사의 뜻을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소망트리에 부착된 휴대전화 번호 중 60개를 추첨해 해당 번호 소유자에게 크리스마스 케이크 상품권 등을 선물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통통통 송년별밤열차’라는 이름으로 서울역에서 경기도 양평 구둔역까지 이동하는 동안 열차 안에서 송년회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객차 1량을 통째로 이용할 수 있으며 노래방 기계도 제공된다.
아웃도어 의류업체인 블랙야크는 오는 31일 직원과 그 가족을 대동해 새벽 산행길에 오르며 차분하게 올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행사를 진행한다. 이외 뮤지컬이나 연극을 단체관람하거나, 회사 인근 뷔페식당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점심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송년회를 대신하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박성훈기자 z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