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32)은
분명한 자기 세계를 가진 배우다.
때로는 흔한 대중의 취향과
온전히 맞물리지 않는 간극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1일 개봉된
영화 ‘퍼펙트 게임’에서는 달라졌다.
악조건에서도 자신만의 재능을
유연하게 결합시키는 노련함이 빛난다.
야구 ‘야’자도 모르던 남자
농구와 수영을 즐기고 몸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야구는 완전히 관심 밖이었다. 심지어 국보급 투수 선동열에 대해서도 이름만 들어봤을 뿐 경기 한 번 본 적 없었다. 그런 그가 선동열의 겉과 속을 완벽히 재현해야 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2개월 전부터 훈련을 시작했어요. 기초 체력 다지기를 시작으로 하체 집중 훈련, 투구 폼 구분 연습까지 몸으로 익혀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죠. 결국 영화가 끝나니 그 일도 끝나더라고요.”
배우와 스태프가 모일 때면 야구에 대한 대화가 끊이지 않았지만 아는 게 없어 그 자리엔 끼지도 못했다. 6개월간 무작정 던지고 또 던지기만을 반복했다.
“선 감독님 경기 동영상을 정말 많이 봤어요. 촬영장 가기 전에 보고, 끝나고 돌아오면 또 보고. 크랭크업 한 달을 앞두고서야 서서히 싱크로율이 목표치에 맞아 들어가더라고요.”
앞서 촬영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컸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달랐다. 현역 선수들도 흉내 내기 힘든 특유의 유연한 투구폼을 거의 흡사할 정도로 스크린에 옮겼고 작은 버릇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함께 연기한 조승우는 그를 가리켜 “일상 연기의 달인”이라고 극찬했다.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나 어색할 수밖에 없죠. 그러나 한 컷을 연기하더라도 여러 컷으로 쪼갠다는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해요.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몸에 밴 리듬감도 많은 도움이 되죠.”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작품만!
힙합 가수로도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일과 취미의 선을 분명히 긋는다.
“의무적으로 음반을 내야 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음악이 일이 되는 순간 제 유일한 취미가 사라져버렸어요. 그래서 한동안 음악을 경멸하기도 했죠. 이제야 다시 취미로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요.”
작품 선택의 기준도 “철저히 내가 즐거울 수 있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번 작품 역시 조승우의 권유로 시작해 고생을 자처했지만, 그 이상의 보람을 얻었어요. 제가 신이 나서 했던 작품들은 결과도 좋았죠. 이번 작품도 그런 예감이 들어요.”
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