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경제는 3%대 성장에 그쳤다.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등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한 가운데 수출이 떠받치긴 했지만 소비부진으로 내수가 위축된 때문이다. 환율과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컸다.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고 하지만 혜택은 대기업에 집중되는 등으로 양극화는 더 깊어졌다. 국민은 뜀박질하는 물가와 전월세값에 시달리고 심각한 청년실업 등 고용 불안에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불안한 한 해를 보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것은 의미가 크다. 지난 1951년 1억 달러 이후 60년 만에 1만 배나 늘어난 것이다. 미국과 중국, 독일, 일본 등에 이어 9번째로 1조 클럽에 가입함으로써 무역 대국의 입지를 다졌다. 7월에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고 4년여를 끌어온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된 것도 경제 영토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정부의 전망치 5% 안팎, 한국은행의 4.5%를 비웃듯 3.8%에 그친 것은 큰 걱정이다.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증가세가 둔화하는 중에도 수출 절대량은 늘어나 성장을 이끌긴 했지만 소비가 당초 정부가 예상한 4%대 증가에 크게 못 미친 2% 중반에 머물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경제 흐름을 잘못 짚었다는 얘기다. 소비 부진으로 인한 내수 위축이 성장의 걸림돌이 된 것이다.
소비 부진은 생필품이 천정부지로 뛰는 등 물가는 오르는 데 청년실업, 비정규직으로 대변되는 고용 불안으로 수입은 감소하는 등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때문이다. 무역 1조 달러라고 하지만 그에 비례해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대기업들은 불확실성을 내세워 투자를 꺼리고 이익을 내부에 쌓아놓는 등으로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낙수 효과)’은 없었다. 양극화가 더 깊어진 게 그 방증이다.
내년에도 3% 성장이 예상되는 등 전망은 어둡다.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되고 세계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경제 불안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내수 진작을 위한 경기 활성화 정책과 물가 안정을 조화시키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창출하느냐가 경제 성장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1%’만이 아닌 중소기업과 서민도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공생 발전’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