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진(34)이 스크린에 새 주파수를 맞췄다.
그동안 자연스럽게 따라다니던 피, 욕, 주먹은 완전히 떨쳐냈다.
세련된 도시 남자의 모습에 인간적인 매력까지 얹어
5일 개봉된 ‘원더풀 라디오’로 돌아왔다.
● “출연작 중 최고” 칭찬
지난해부터 변했다는 말을 부쩍 자주 듣는다. 많은 작품에 출연하지는 않지만, 작품 속 이미지가 그럴싸하게 눈에 익은 탓 같다고 짐작했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는 유독 거친 역할을 많이 했어요. 이번 영화가 욕설과 구타 연기를 하지 않은 유일한 작품이에요. 저도 이제 남자들이 좋아하는 역할에서 여자들이 선호하는 역할로 옮겨 가나 봐요. 시사회 때 (한)채영이가 ‘오빠가 출연한 영화 중 제일 괜찮다’고 한 말이 참 기억에 남네요.”
낮은 청취율로 존폐의 기로에 선 라디오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를 구원하기 위해 투입된 PD 이재혁으로 출연했다. 까칠한 성격 탓에 아이돌 출신 DJ 신진아(이민정)와 사사건건 대립하지만, 표절 누명으로 힘들어 하는 신진아를 뒤에서 헌신적으로 돕는 마음 따뜻한 인물이다.
“가식 없는 소탈함에 매력을 느끼는 영화 속 모습은 저와 닮았어요. 저는 ‘…척하는’ 여자를 노골적으로 싫어하거든요. 주위에서는 ‘적당히 받아들일 줄도 알아라. 그러니까 네가 연애를 못한다’는 말을 많이 해요. 그래야 될 것 같아요. 외로움이 오래가다 보니 세상과 타협하게 되더라고요.”
●● 고마운 ‘남자의 자격’
최근 3년간은 “나름대로 괜찮은 행보였다”고 자평하며 만족했다. 데뷔 후 첫 일일드라마(MBC ‘사랑해, 울지 마’)는 변화의 시작이었다.
“정보석 선배가 ‘어른들과 같이 작품 하면서 너를 다시 점검해 봐라’고 말씀하신 걸 듣고 주저 없이 선택했어요. 그때만 해도 젊은 배우들이 일일드라마를 잘 안 했거든요. 생활형 연기자로 접어드느냐 마느냐의 기로였죠. 거기다 예능 프로그램까지 하니까 절 보는 시선은 더 차갑더라고요. 결국은 그 덕분에 일어설 수 있었죠.”
특히 차가운 인상을 바꿀 수 있었던 ‘남자의 자격’은 가장 고마운 작품이라고 했다.
“그걸 하면서 많은 작품을 하고 저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렇다고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위치는 아직 아니죠. 주어진 상황마다 최선을 다하면서 이정진이라는 배우의 입지를 넓혀 갈 겁니다.”
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디자인/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