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악화일로를 걷는 등록금·일자리 문제 등을 놓고 말 잔치만 벌인 기성 정치권에 대한 기대를 접은 20대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보다 구체화해가고 있다.
한동안 ‘정치적 무관심 세대’란 오명을 썼던 이들이 단순한 투표행위를 뛰어넘어 저비용·고효율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는 무기를 장착한 채 직접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움직임을 활발하게 보이는 중이다.
4월 총선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26세)·김상현 전 의원(28세) 당선 이후 무려 50여 년 만에 20대 국회의원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일단 정치권은 20대로 향한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정치적 요구를 쏟아낸 20대가 박원순 후보(현 서울시장)에게 ‘몰표’를 던진 데 놀란 여야가 청년층을 당선권에 배치하겠다고 앞다퉈 선언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 산하 인재영입분과위원회는 16일 4·11총선에서 2030세대 젊은층을 비례대표 대신 지역구에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4~26명의 젊은 정치인이 이번 총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기성 정치권 변화 vs 또다른 포퓰리즘 '의견 팽팽'
민주통합당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형식의 경선을 통해 25~30세, 31~35세까지 두 분류로 나눠 각각 남녀 1명씩 총 4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들에게 올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중 당선 안정권을 부여, 청년 세대의 표심을 끌어온다는 계획이다.
덕분에 4월 총선에서 많게는 5~6명 정도의 20대 금배지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1963년 김상현 전 의원 이후 50년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기성 정당 안팎에서 활동해온 20대는 물론 30대 초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내민 이동학(31)씨를 비롯해 김영경(31) 청년유니온 대표, 김성환(28) 20’s party 대표, 조용술(31) 청년연합 36.5 대표, 김선경(28) 청년 이그나이트 대표 등이 주목받는 인물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2002년 독일의 안나 뤼어만이 불과 19세 나이에 녹색당 비례대표로 당당히 연방 하원의원으로 진출했던 전례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등록금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고 부산 지역 출마를 선언한 박주찬(28) 씨 등은 SNS를 이용해 선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정치혁명도 예고하고 있다.
20대의 국회의원 탄생을 바라보는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성 정치권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반기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제도권 정당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으로 폄하하는 의견도 나온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한나라당의 2030세대가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과 경선에서 붙는 것은 장려할 만하다”라며 “비례대표라고 하는 제한된 틀 속에서 20대끼리만 경쟁시켜서 누군가를 뽑는 방식보다 훨씬 파괴력이 있고 정치지형 자체가 바뀌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한 케이블 채널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거 정치권에 영입됐던 ‘젊은 피’ 386세대가 지도부의 눈치를 보느라 납작 엎드렸던 것처럼 이러한 한계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