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광문고 학생들은 다음달 3일 졸업식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다. 후배들은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한 풍물·댄스 공연을 맹연습 중이고, 졸업생들도 후배들에게 보여줄 영상 메시지를 담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 측은 졸업식 단상 계단에 레드카펫을 깔아 영화제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예정이다.
#2. 서울 동명여자정보산업고는 전통 성인례 형식의 졸업식을 치른다. 졸업생들에게 성숙의 기쁨과 성인으로의 책임을 깨닫기 해주기 위해서다. 특히 이 아이디어는 지난해 12월 학교 공모전을 통해 채택돼 더욱 의미가 깊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졸업식을 직접 기획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알몸 뒤풀이, 교복 찢기, 밀가루 뿌리기 등 졸업식 추태를 막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축사, 답사, 표창 등 천편일률적인 졸업식 메뉴를 과감히 생략하는 것은 물론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소통하는 축제형 졸업식도 늘어나고 있다.
방산중학교는 다음달 7일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영화 만들기 수업을 통해 학급별로 1편씩 제작한 영화 발표회를 연다. 특히 교장이 졸업생 모두에게 졸업장과 함께 개인별 영상 자료도 줄 계획이다.
양진중학교는 신나는 졸업식을 기획하고 있다. 졸업생들의 북 뮤지컬 ‘불질러조’ 공연과 초대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 영상물 상영을 통해 모두가 참여하는 졸업식으로 승화시킬 방침이다.
은평중학교는 졸업장 수여에 앞서 합창, 에어로빅 공연과 슈퍼스타 경연대회를 열 예정이고, 원묵고등학교는 20년 후 동창회에서 개봉할 꿈단지(타임캡슐) 봉인식으로 졸업식의 의미를 일깨우기로 했다.
◆학교별 특색있는 행사 마련
이 같은 움직임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졸업식으로는 지난해 경찰력이 학교에 투입될 정도로 도를 넘어선 중·고교생들의 졸업식 일탈행위를 막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서울지역 초·중·고를 대상으로 소통·축제형 졸업식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뒤 이를 제출받기까지 했다.
조영상 서울시교육청 장학관은 “매년 불거지고 있는 졸업식의 폭력 일탈 문화가 크게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사전 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한편 교육청은 졸업식 뒤풀이 재료 준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빼앗거나(공갈) 신체에 밀가루를 뿌리고 달걀 등을 던지는 행위(폭행), 학생의 옷을 벗게 해 알몸이 되게 하거나 알몸상태로 단체 기합을 주는 행위(강제추행·강요) 등을 중대한 학교폭력이자 ‘범죄’로 규정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방침이다.
최미숙 학사모(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대표는 “최근 학생들이 졸업식 기획 등에 직접 참가하면서 톡톡 튀는 이색 졸업식이 늘어나고 있다”며 “교육당국과 학교는 학생들의 젊은 혈기를 폭력이 아닌 축제로 발산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