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은아, 오랜만이다.” 서울 여의도 KBS 별관 녹화장 복도에서 마주친 한 스태프의 말에 그룹 애프터스쿨의 유이(24)가 “안녕하세요”라며 애교 있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시청률 30%를 넘으며 인기몰이 중인 KBS2 주말극 ‘오작교 형제들’에서 자은 역으로 열연 중인 그는 배역 이름으로 불리는데 익숙해 보였다.
# 자은=유이=애프터스쿨
애프터스쿨의 유이라는 이름을 떼고 자은으로 살아온 지 어느덧 6개월. 종영을 한 달 남짓 남겨놓고 벌써 서운함이 밀려올 만큼 애착을 갖고 연기했다.
“자은이로 살면서 행복했어요. 자은이를 통해 유이를 알고, 또 유이를 통해 애프터스쿨까지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신기했죠. 아침에 눈뜨자마자 시청률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는데, 솔직히 40%를 넘고 종영했으면 좋겠어요.”
‘선덕여왕’ ‘미남이시네요’ ‘버디버디’에 출연했지만 가수라는 선입견 탓에 연기자로 인정받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엔 연기력을 인정받아 지난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탔다.
# 주원, 촬영장서 조언해주는 좋은 선배
배역을 실제처럼 잘 연기해서일까. 일부 시청자들에게 자은이 사랑하는 황태희 역의 주원과 실제로 열애 중인 것 아니냐는 의심 섞인 눈초리도 받았다.
“처음엔 학교 선배라 두려움이 컸지만, 지금은 현장에서 장난치며 즐겁게 지내요. 제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좋은 선배랍니다.”
최근엔 자은이 황태희의 아버지를 살해한 남자의 딸이라는 비밀을 창식(백일섭) 가족이 알게 돼 긴장이 극에 달했다. 그 이유도 모른 채 안타깝게 황태희와 헤어질 위기를 맞아 절절한 연기를 펼치는 유이의 연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랑과 가족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죠. 만약 실제 상황이라면 저는 가족을 택할 것 같아요. 아버지가 살인범일지라도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갈 순 없어요.”
# ‘꿀벅지’로 떴지만 꿈은 ‘만능돌’
가족을 향한 마음이 애틋하다. 가수 준비를 하며 6년간 가족과 떨어져 숙소 생활을 해 더욱 그렇다. 다행히 1년 전부터는 함께 산다.
“데뷔 후 거의 인스턴트 음식만 먹고 살았는데, 요즘엔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다녀요. 요새는 가족끼리 술도 한 잔 한답니다. 아빠는 소맥, 엄마는 맥주, 저는 소주예요. 하하하.”
잘 알려졌듯 넥센 히어로즈 야구 코치인 김성갑이 아버지다. 그는 “야구선수가 시합 한 번 잘못해도 비난의 화살을 받는데, 연예인은 오죽하겠느냐”며 “루머 등 힘든 일들에 상처받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라”는 조언으로 딸에게 힘이 돼준다.
욕심도 많아 롤모델인 엄정화처럼 가수와 연기자로 둘 다 인정받고 싶다. 한동안 ‘꿀벅지’라는 별명으로 사랑받았다면, 이제는 모두 잘하는 ‘만능돌’ 유이로 불리는 것이 소망이다.
사진/플레디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