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설 연휴 동안 정치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커다란 정치 축제를 앞두고 있는데다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20~30대도 자신의 정치관을 한껏 드러내기 시작한 덕분이다.
이에 발맞춰 정치인들도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화제를 양산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새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하고 이름도 ‘수첩공주’에서 ‘친근혜’로 바꿨다. 수첩을 손에 든 캐릭터는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든 모습으로 대체했다. ‘친근혜’는 기존의 ‘얼음공주’ 등 차가운 이미지를 벗고 젊은층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지난해 말 네티즌 공모를 통해 선택한 별명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쇄신과 변화가 필요한 새해를 맞아 국민 여러분과 더욱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친근혜’라고 이름을 바꾸려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기부재단 설립을 위해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미국에서 만나 ‘기부천사’에 ‘글로벌 IT 리더’라는 이미지를 더했다.
21일 귀국한 자리에서 안 원장이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정치 참여에는 선을 그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보다 앞서 말한 ‘정치권이 잘하면’이란 단서에 더욱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변신도 놀랍다. 지난 9일 SBS TV ‘힐링캠프’에 출연한 후 “힐링캠프에 치료받으러 갔다가 벽돌 한 장 깨고 검지엔 깁스, 손등엔 피멍”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네티즌에게 큰 웃음을 주더니 21일에는 청년시절과 특전사 시절 사진, 결혼식에서의 아내 사진, 어머니 사진을 잇따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공개해 호평을 받고 있다.
▲ 소통의 정치 환영속 이미지 정치 한계성도 노출
이 같은 정치인의 이미지 변신은 2008년 촛불집회와 지난해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등을 거치면서 정치를 놀이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유권자들의 급격한 인식 변화가 촉발했다. 여기에 일방통행의 거대 미디어를 벗어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이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정치인의 소탈한 ‘무대 뒤’ 모습을 노출하는 기회가 늘어난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 교수는 “정치인들이 신비주의 장막을 걷어내고 서민에게 다가가는 점은 소통의 정치라는 면에서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이미지 정치만으로는 대한민국의 비전과 국가운영 철학 메시지를 전달하기 힘들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정치인의 콘텐츠와 진심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