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디카, 자동차, 책, 재활용 장터 폭풍성장
SKT. KT 대리점은 아예 중고폰 본격 판매도
불황의 역설일까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는 소비자가 중고 제품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남이쓰던 싼 제품이란 인식도 저렴하면서 멀쩡한 물건으로 바뀌는 중이다. PC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스마트폰 등 IT기기는 물론 서적, 승용차, 의류, 가전제품 등 다뤄지는 상품영역도 확대되는 추세다.
중고품 거래 수량과 판매액은 그야말로 폭풍 성장을 하고 있다. 26일 중고휴대전화 장터세티즌에 따르면 지난해 이곳에서 거래된 단말기는 15만 대(약 190억원)에 이른다. 전년 10만1000건(140억원) 대비절반이나 증가한 것이다.
아이폰4, 갤럭시S와 같은 인기 스마트폰이 4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세티즌 관계자는 새것이나 다름없는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사려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나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이들 제품은 AS기간이 남아있는 등 새것과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템은 책이다. 아껴가며 돌려 읽던 과거의 모습에서 누군가에게 일독을 권하며 교양과 지식공감을 이어가는 소통 매개체로 책의 역할이 바뀌어 가는 중이다. 보관상태도 좋다. 알라딘등 메이저업체가 중고 전용 오프라인 서점을 오픈하면서 최신 스테디셀러를 반값에 팔고 있다.
컴퓨터나 디지털 TV의 경우 리퍼버시(수리재생) 제품만 고집하는 소비자까지 등장했다. 외관에 스크래치가 있거나 소비자의 단순 변심 등의 이유로 반납된 이들 제품은 보통 20, 30% 할인된 가격에 나온다.
중고차는 아예 자동차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 새차를 사는 사람보다 중고차를 사는 사람이 더 많은 기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를 분석한 결과 중고차 등록대수는 332만 3000대로 신차 등록대수(159만9000대)의 2배를 넘어섰다. 중고차 등록대수가 신차 등록의 2배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알뜰소비 문화 확산
알뜰 소비문화 확산 중고품의 인기가 커지면서 이들 제품에 특화된 직업도 등장했다. SK 텔레콤은 중고 휴대전화의 가치를 따지는 감정사를 최근 고용했다.
중고폰 재활용 프로그램인 T에코폰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품질 우려를 없애기위해 직접 중고 단말기를 산 뒤 감정평가를 거쳐 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19명의 감정사가 하루 700대 가량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의뢰 물량이 하루 1000대가 넘어 조만간 감정사 수를 두 배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장년층의 중고품 구매가 늘어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온라인 마켓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고품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10~30대 젊은 층의 중고품 구매는 전년동기 대비 5% 줄어든 반면 40~70대 중장년층 구매는 25% 늘었다.
가족 생계를 위한 소비 지출이 많고 은퇴를 전후로 경기불황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연령대인 만큼 알뜰 소비를 위해 중고장터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국내 최대 중고차 거래업체 SK엔카 임민경 팀장은 선진국처럼 재활용을 생활화하는 실용적 소비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입가에 달하는 수리비용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 보증기간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