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나는 꼼수다(나꼼수) 비키니 논란’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침묵했던 ‘나꼼수’ 측이 이번 사건에 대해 “성희롱 할 의도가 없었고 성희롱이 아니다”라고 밝히자 치열한 찬반양론 공방이 벌어지는 중이다.
‘나꼼수’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4일 오후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시사인 토크 콘서트’에서 “우리에게는 그녀가 싫다는 데도 수영복을 올리라고 말할 권리가 없고, 거꾸로 그녀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데 그 말을 못하게 할 권력도 없다. 따라서 성희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의 몸을 이용해 정치적 표현을 할 자유가 있고 그 권리도 인정돼야 한다”며 “자신이 불쾌하다고 이 권리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지난달 20일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며 비키니 사진을 올려 논란을 촉발시킨 필명 ‘불법미인’은 3일 “나꼼수를 듣고 시위한 게 아니다”라며 “나꼼수가 사과하는 것은 나의 뜨거운 가슴으로부터의 진실된 외침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밝혀 ‘나꼼수’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함께 정 전 의원의 전담 사진작가 최영민씨가 정 의원의 팬카페에 누드사진을 게재하고, MBC 부장급 이보경 기자가 비키니 시위 동참 인증샷을 올리는 등 ‘나꼼수’에 대한 공격에 방어진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 총수가 비키니 사진이 처음 올라왔을 당시 “그 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한 것은 사실”이라고 발언한 게 알려지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중이다.
영화감독 이송희일은 5일 트위터에 “이제는 우생학으로 진화하고 계신가 보죠? 강용석은 좋겠어요. 길 건너에 든든한 마초 동지가 계셔서”라는 글을 남겼다. ‘나꼼수’의 해명을 촉구해온 여성단체들은 비난의 강도를 더욱 높였고, 소설가 공지영씨도 트위터에 남겼던 사과 요구를 철회하지 않았다.
전문가와 네티즌의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문화비평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멤버들 스스로 나꼼수를 대안언론이라고 칭한 만큼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지고 소통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문화평론가 김갑수씨는 “이번 논란은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라며 “나꼼수는 원래 비주류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 듣는 팟캐스트 방송인 만큼 공적 책임을 묻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비키니가 아니라 누드사진으로 시위를 한다 해도 반대하지 않지만 문제는 패널들의 성관념과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나꼼수’ 애청자라고 밝힌 직장인 이미지(34)씨는 “본질은 뒷전인 채 성희롱 여부, 이념논쟁, 팟캐스트 방송의 공적 책임 공방으로 확산하는 모습이 오히려 선정적”이라며 “이런 소모적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7일 방송에서 ‘나꼼수’ 출연진이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국명기자 kmle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