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진국에서처럼 감기약·소화제와 같은 가정상비약을 슈퍼나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렸다. 이들 약을 약국 외에서도 살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당초 쉽게 실현될 것으로 보였지만 지난달 상비약 판매 허용을 인정한 약사회 집행위가 사퇴하고, 반대해온 새로운 멤버들이 취임하면서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따르면 복지위 법안소위 위원 8명 가운데 5명이 찬성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열리는 법안소위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나면 개정안이 통과되고, 14~15일께 전체회의를 거쳐 법사위, 본회의 통과도 무난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상진·손숙미·이애주(새누리당), 양승조·전현희(민주통합당) 의원은 “안전하다고 판단한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는 이뤄져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만큼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박은수(민주통합당) 의원은 “아무 약이나 본인이 쉽게 판단해 먹는 것은 옳다고 볼 수 없다. 시간에 쫓겨 처리할 일이 아니라 국민이 모두 관심을 갖고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용·원희목(새누리당) 의원은 답변을 거부하거나 접촉이 불가능했다.
법안소위 의원의 과반수 이상이 약사법 개정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최근 인터넷과 SNS에서 시작된 낙선 운동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촘촘한 약사회의 네트워크를 마냥 무시할 수 없었던 의원들이 지역구민은 물론 적지 않은 국민이 낙선 운동에 큰 관심을 드러내자 방향을 선회한 셈이다.
그간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약품 오남용의 우려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선거를 앞두고 국민 편익은 나 몰라라 한 채 약사회라는 직능단체의 강력한 로비에 투항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는 약사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원 명단과 함께 해당 의원이 차기 선거에 나올 경우 뽑지 말자는 문구를 실은 이미지가 도배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접한 대다수 네티즌은 약사회의 이기주의를 지적했다. 아이디 ‘yey****’의 누리꾼은 “소비자가 오·남용을 마음먹었거나, 시도한다면 약사도 막을 수 없다. 국민이 보기에도 말이 안 되는 논리로 슈퍼 의약품 판매를 반대하는 그들이 참 안쓰럽다”고 비판했다.
반대 의견도 눈에 띈다. “감기약 슈퍼 판매가 가능해지면 약국은 병원 처방이 가능한 시간에만 문을 열고 저녁이나 심야 시간에는 문을 닫을 것이다. 정작 응급 환자는 병원 응급실로 갈 것”(mu***)과 같은 글도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