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현직판사들이 서기호 판사의 법관 재임용 심사 탈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판사회의 소집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해결자가 돼야 할 법관들이 갈등의 당사자로 나선 현실에 대해 네티즌간의 찬반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13일 법원 등에 따르면 남원지원 김영훈 판사는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가카 빅엿’, ‘모 대법관과 관련한 사건’ 등의 문제가 법원장들의 평정에 영향을 미쳐 ‘하’를 주게 했고 그 결과 근무성적이 불량한 판사가 됐다면 법관의 독립은 어디에 쓸 수 있는 말이냐”며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해도 이제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대법원의 인사 조치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창현 수원지법 판사도 “근무성적이 하위에 속한다는 사유만으로 법관의 신분을 박탈하거나 연임을 거부할 수는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법관들의 판사회의 개최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17일 오후 4시 단독판사회의를 열기로 했고 서울북부지법, 수원지법 등도 판사들에게 판사회의 개최 동의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리는 것은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논란의 당사자인 서 판사도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서 판사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에서는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다는 점에 대해 납득할 만한 사유 제시 없이 단지 근무평정에서 ‘하’가 5번이었다는 정도로 설명했다”며 “결국 ‘가카 빅엿’ 글 등 때문에 탈락한 것이고 결정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게시판은 뜨겁게 들끓고 있다.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은 현 정권의 괘씸죄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가장 판사다운 판사를 가장 비열하고 치졸한 방법으로 내쫓았다”는 반응과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내보내는 것은 리더의 정당한 권한” “판사가 정치색을 드러내려면 차라리 사직하고 정당에 가입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으로 나눠 열띤 토론을 벌이는 중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류제성 변호사는 “SNS에 글을 올린 판사에 대한 대법원의 대응은 법관의 독립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 반면 이상원 서울대 법대 교수는 “갈등 조정관인 법관은 일반인과 달라야 하며, 어느 정도 표현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