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영화 '부러진 화살'의 전국 관객 300만 돌파를 축하하는 모임이 열렸다. 평소의 단정한 캐주얼 정장 대신, 모자와 운동복 차림으로 등장한 '국민배우' 안성기(60)는 참석자들의 테이블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특유의 파안대소를 날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주인공 김경호 교수의 웃음이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왔다.
- 등산 다녀오시는 길인가 봐요.
어휴, 아닙니다. 실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요. 얼마전 아내가 제 손을 잡고 끌고 간 곳이 얼굴의 점과 검버섯 등 잡티를 제거하는 피부과였어요. 난생 처음 받는 레이저시술이 어색해 처음엔 안 하겠다고 버텼는데, 그만….
- 효과를 보셨나요?
아직 끝나지 않아 잘 모르겠어요. 시술을 받으면서 여자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그 아픈 걸 어떻게 견뎌내는지 원…. 앞으로도 몇 번 더 받아야 한다는데, 솔직히 겁이 납니다. 하하하.
- 이번 작품의 흥행 성공으로 가족에게 선물을 받으셨군요.
선물은 무슨…,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라는 의미겠지. 그나저나 시술 결과가 좋으면 멜로에 도전해야겠어요. 환해진 얼굴로 말이죠. 여배우들이 아무래도 예전보다 더 좋아해주지 않을까?
- 오래전 '적도의 꽃'이나 '깊고 푸른 밤' 시절의 섹시한 느낌을 되살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어요. 몸매도 받쳐주시잖아요.
제 나이에 섹시는 그렇고…, 하하하. 우리 또래의 남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가 좋아요. 할리우드만 하더라도 로버트 드니로나 알 파치노같은 배우들은 아직도 멜로물에 출연하잖아요. 몹시 부럽죠. 배우는 안주하는 순간, 후퇴하거든요.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 그나저나 '부러진…'의 흥행 성공으로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무엇보다 정지영 감독의 재기가 기쁩니다. 촬영장에서도 그랬지만, 옛 전우들이 다시 뭉친 느낌이었어요. 흥행 여부를 떠나 즐거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죠.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란 선물까지 보너스로 얻었으니 더 바랄 게 없습니다.
- 전 출연진이 흥행 성공에 따른 러닝 개런티로 얼마를 받을지도 관심거리입니다.
대부분이 돈을 거의 안 받고 시작했기 때문에 러닝 개런티란 표현은 좀 그렇고요. 정 감독이 워낙 깔끔하고 철저한 양반이라, 뒷말이 나오지 않게 문제없이 잘 하리라 믿어요.
- 처음부터 흥행은 예감하셨는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일단 시나리오가 좋았으므로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은 했죠. 하지만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제가 오래전부터 일하고 있는 유니세프의 한 직원이 "영화에서 문성근 씨가 연기한 판사의 실제 모델이 아는 사람의 남편"이라고 귀띔하더군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문성근 씨가 워낙 연기를 잘한 덕분에(?) 그 판사가 가장 악질적으로 그려졌잖아요? (일동 폭소) 제대로 영화를 못 찍으면 큰일나겠다 싶어 정신 바짝 차렸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요?
항상 그렇듯 좋은 작품과 만나야죠. 레이저 시술의 결과가 좋으면 멜로도 한 편 더 도전하고요. 하하하. 디자인/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