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부문 후보작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국내 관객들을 유혹한다.
16일 '디센던트'와 '아티스트'가 공개된데 이어 '철의 여인'이 23일,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과 '휴고'가 29일 차례로 개봉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가정 생활에 초점을 맞춘 '철의 여인'은 주연 메릴 스트리프의 여우주연상 수상 여부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스트리프는 올해까지 무려 17번이나 주·조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역대 최다 후보 지명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여우주연상을 실제로 받기는 1983년 제55회 때 '소피의 선택' 이후 29년동안 한 차례도 없다. 어찌 보면 너무 연기를 잘하는 게 약점이라면 약점이다.이번에는 한을 풀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스트리프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마릴린 먼로…'의 미셸 윌리엄스다. '세기의 셈스심볼' 먼로의 환생으로 인정받았을 만큼 눈빛부터 걸음걸이까지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독 아카데미와 인연이 닿지 않았던 '거장' 마틴 스콜세지가 '휴고'로 다관왕의 꿈을 이룰지도 화제다. 명성에 다소 어울리지 않게 감독상 1회에 불과한(?) 그가 처음 3D에 도전한 이 영화는 작품·감독 등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흑백 무성영화 '아티스트'와 경쟁한다.
할리우드의 소문난 '절친'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가 '디센던트'와 '머니볼'로 맞붙는 남우주연상의 수상 결과 역시 볼 거리다.
전통적으로 미남스타들은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외면해 왔던 게 아카데미의 관례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클루니와 피트 모두 가정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중년남을 열연했다. 경제 위기와 맞물려 남성 가장들의 위기에 주목하는 최근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둘 다 수상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러나 '아티스트'에서 무성영화의 스타를 호연한 프랑스 연기자 장 뒤자르댕이 1998년 제71회 때의 로베르토 베니니처럼 비영어권 배우로 의외의 기쁨을 누릴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극장가는 '아카데미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디센던트'와 '아티스트'는 상영 첫 주말 전국에서 2만여명과 1만9000여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한 외화 수입업자는 "지난해 작품·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을 받은 '킹스 스피치'는 시상식 이후에 개봉됐기 때문에 80만명이나 불러모을 수 있었다"며 "시상식이 끝나고 입소문이 퍼져야 흥행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