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게 특별상여금을 깜짝 선물할 생각입니다. 이젠 주주들 눈치도 봐야하기 때문에 성에 찰만큼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이렇게 직원들과 기쁨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 아닐까요."
이정근(50) 사람인에이치알(HR) 대표는 취업업체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21일 바로 입성하는 기쁨을 이렇듯 소박하게 표현했다. 2005년 20여명으로 첫 걸음을 내딛은 회사가 7년 만에 460여명을 자랑하는 코스닥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직원들에게 많이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을 이번 기회에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며 활짝 웃기까지 했다. 그러나 국내 취업시장의 현황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에서 그가 품은 꿈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취업포털시장은 매년 22%씩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인의 성장률은 그 두 배가 넘는 54.3%에 달하고 있죠. 바닥에서 시작해 6년 만인 지난해에 업계 2위로 올라왔으니 2년 후 쯤이면 10년간 업계 1위를 수성해온 잡코리아를 끌어내리고 사람인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이 대표가 이런 자신감을 내비치는 데는 취업 초기부터 직원들에게 강조해 왔던 '구직자 중심' 서비스를 만들자는 기업 목표가 점점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 덕분이다. 주요 기업의 공채 일정이 적힌 '공채달력' '1000대 기업속보' '인사통' 등 구직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였고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소셜 취업 서비스도 6월에 오픈할 예정이다. 덕분에 4년 연속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l) 1위를 달성했고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구직사이트에도 뽑혔다.
"젊은 구직자 사이에는 인지도가 높지만 30대 이상에게는 '사람인'이라는 브랜드가 아직 낯선 상태입니다. 이번 코스닥 상장을 통해 이런 핸디캡을 딛고 모든 연령층에게 사람인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죠. 더 나아가 40대 이상 경력직으로 고객층을 넓힌 서비스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대표가 이렇듯 경력직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도 이직을 통해 큰 꿈을 키웠기 때문이다. 인하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조선소,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체에 근무하다 새롭게 성장하는 증권업에 매료돼 키움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번 맡는 업무를 깔끔히 마무리하는 성격이 주변에 소문나며 임원을 거치지 않고 부장에서 곧바로 사람인 대표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런 경험 덕에 구직자와 구인자 양쪽의 생각을 모두 알게 됐고 사람과 일자리를 이어주는 업무도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자신했다.
"사람인을 '좋은 직장'의 모범사례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직접 증명하기 위해 2년 동안 150여명의 직원을 새로 뽑았죠. 구직자와 기업을 단순히 연결해주는 것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람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행복해질 수 있도록 취업문제 연구소와 나눔재단도 만들 생각입니다."
사람인을 단순히 매출 1위 기업이 아니라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이 대표의 원대한 꿈은 무럭무럭 영글고 있다.
사진/도정환기자 dore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