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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혈세 악단의 '불협화음 지휘'



한국에도 이른바 '국립교향악단'이 있었다. 현재의 KBS교향악단이 바로 왕년의 국립교향악단이다.

1956년 40여명의 연주자로 출발한 이 오케스트라는 그동안 꽤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961년 KBS교향악단으로 바뀌었다가 1969년에 국립극장으로 이관되면서 다시 국립교향악단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1981년 또 KBS교향악단으로 명칭이 변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전, 지휘자 정명훈이 서울시향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는 단연 KBS교향악단이었다. NHK교향악단이 일본을 대표하듯, 한국에서는 KBS교향악단이 이른바 '국가 대표'였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겠다.

한데 요즘 이 악단의 집안싸움이 극에 달한 형국이다. 단원들과 함신익 지휘자 사이의 다툼이 거의 육박전을 방불케 한다.

최근 단원들은 지휘자 퇴진을 요구했다. 일단 그들은 2010년의 상임지휘자 취임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한다. "사측(KBS)이 비밀리에 선정한 사외위원 3명과 교향악단에 문외한인 KBS 직원 2명"으로 이뤄진 위원회가 "능력 부족으로 문제가 돼오던 인물"을 상임지휘자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요컨대 "함씨는 자격 미달"이며, 그가 주도하는 오디션은 "지휘자와 사측이 결탁해 단원들을 좌지우지하려는 수단"이라는 것이 단원들의 주장이다.

단원들이 제시하는 자격 미달의 근거는 또 있다. 학력과 경력 부풀리기다. 단원들은 "함씨가 미국의 이스트만 대학 '박사', 혹은 '박사 수료'로 수시로 말을 바꿨으며 한 번도 지휘한 적이 없는 미국 LA필하모닉을 지휘했다고 하는 등 허위 경력을 기재해 왔다"고 주장한다. 또 "세상에 있지도 않는 스위스 제네바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고 경력을 속였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사실이라면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이 악단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사실상 '국립'이기 때문이다.

물론 함씨는 "1993년과 2004년 LA필하모닉을 두 차례 지휘했으며, 2007년 스위스 제네바 콘서바토리(음악원)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는데, 그 사실을 명기하면서 '콘서바토리' 부분을 생략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하고 나섰다.

하지만 단원들은 곧바로 재반박했다. 자신들이 LA필하모닉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함씨가 지휘한 연주회는 "어린이 음악회이거나 '임차 공연'(lease event)"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연주회는 오케스트라의 공식 연주회로 기록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황이 이러니 시민들과 약속한 정기 연주회가 제대로 치러질 리가 없다. 단원들과 지휘자가 이 정도로 대립하고 있다면 연주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문정(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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