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38)의 엔진이 멈추지 않는다. 최근 4년간 꼬박 쉬지 않고 작품을 이어오고 있는 그가 올해만 벌써 2편의 영화와 1편의 드라마를 추가했다. 뒤늦게 발을 들인 예능까지 놓치지 않겠다며 가속 페달을 세차게 밟는다.
'엄포스'서 '엄순동'으로
그의 인생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건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이다. 지난해 3월 합류해 꼬박 1년을 채웠고 연예대상도 받았다. 다음달 4일 새 멤버들과 시작하는 두 번째 시즌에는 김승우·차태현·주원 등 선후배 동료 배우들과 더불어 자신의 입지를 더욱 넓히겠다며 벼르고 있다.
"'1박2일' 출연은 한 해를 굉장히 재미있게 보내게 해준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인간 관계의 폭을 넓혀줬고, 저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작품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는 게 가장 큰 혜택이죠."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들은 '엄포스'가 그에게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별명인지를 알고 있다. 농담을 즐기는 순둥이가 실제 캐릭터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해 주는 말이다.
"제가 무척 친근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나 봐요. 무겁고 강한 이미지, 비호감은 아닌데 친근하지도 않은 애매한 사람이었죠. 이런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줬어요. 생큐 '1박2일'."
소속사에 '30억 선물'
지난해 11월 영화 '특수본', 지난달 '네버엔딩 스토리', 다음달 22일 공개 예정인 '건축학개론' 등 6개월 사이에 무려 세 편의 개봉작에서 주연을 맡았다. 다음달에는 KBS2 새 수목극 '적도의 남자'로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이런 활약 덕분에 지난해 생애 처음 광고 모델을 경험한 그는 몰아치듯 6편의 CF에 출연했다. 지난해 소속사에 벌어다 준 돈만 30억원이 넘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도무지 회사에서 쉬게 해 주질 않아요. 저를 죽일 작정인가 봐요. 매니저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이자, 군기가 세고 매니저든 배우든 쉬는 꼴을 못 보는 회사라고 소문이 나 있던데 제 생각엔 후자가 맞을 것 같아요. 가장 만만한 저를 특히 더 괴롭히고요."
엄살과 너스레를 떨지만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소속사 대표의 도움이 가장 컸다. 12년 전 만난 대표와 사무실도 없던 시절부터 동고동락해 왔고, 소속사가 진행하는 펜션사업도 당시 꿈을 실현시킨 것이다.
"일도 없던 시절 산 중턱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성공하면 필리핀에 리조트를 지어서 아래 윗 집에 함께 살자고 다짐했었죠. 그만큼 돈을 벌지 못했지만 드디어 첫 발을 디딘 것 같아요."
정려원 이어 한가인과 ♡
'네버엔딩 스토리'에서 정려원과 호흡을 맞춘 그는 '건축학개론'에서는 한가인과 공연한다. 현재 월~목요일 브라운관을 주름잡는 두 여우를 연달아 파트너로 맞이한 셈이다.
"요즘 여복이 있나봐요. 본격적인 사랑 얘기를 영화에서 처음 경험하게 됐죠. '시라노 ; 연애조작단'에서 연기했던 병훈이와 닮은 점이 많은 인물인데 그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진지한 사람이에요. 제작사도 같아 더욱 흥행 예감이 드네요."
새해를 거침없이 시작한 그는 "올해는 정말 나를 재정비 하고 싶다. 체력도 많이 떨어져 쉬면서 힘을 비축해야할 것 같다"면서도 "지난해처럼 재미있는 일을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며 에너자이저의 본능을 숨기지 못했다.·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 디자인/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