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메이저 게임업체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처럼 매출이 소폭 줄어든 경우도 있지만 글로벌 게임업체들이 대체로 죽을 쑨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말 못할 고민을 저마다 안고 있다. 호사다마를 걱정하는 각 게임업체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의 주역은 네오위즈게임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6678억원을 기록하며 만년 업계 4위에서 2위로 점프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81억원, 753억원을 마크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전년 대비 121% 성장한 3603억원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그럼에도 네오위즈게임즈는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는 처지다. 매출 대비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넥슨 등 경쟁사의 이익률이 매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과 대조된다. 이는 네오위즈게임즈가 자체 개발작보다는 외부 수혈작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이 회사를 떠받치는 두 기둥은 총싸움게임 크로스파이어와 축구게임 피파 온라인2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연 매출 1조원을 찍을 정도로 초대박을 기록했지만 네오위즈게임즈는 어디까지 배급자일 뿐이다. 크로스파이어의 제작사인 스마일게이트의 지난해 매출은 1700억원이고 영업이익이 1300억원이었다. 피파 2의 경우 네오위즈게임즈가 공동으로 제작을 했지만 단독 개발작이 아닌 만큼 한계가 있다.
결국 네오위즈게임즈는 두 효자를 장기간 끌고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개발사는 언제든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퍼블리셔를 선택할 수 있다.
업계 1위 넥슨은 사상 처음 매출 1조원의 벽을 돌파했다. 1조2100억원의 판매고를 올린 넥슨의 영업이익은 528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매출 17조원(추정치)을 올린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오일뱅크(5000억원)보다 나은 스코어다.
하지만 넥슨은 대놓고 자랑할 수 없는 처지다. 최근 게임중독과 관련한 부정적 이슈가 사회 전반을 뒤덮고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넥슨이 잘 나갈수록 일반인의 편견은 더 깊어지고 커지게 마련이다. 차기 개발작에 대한 직원들의 열정도 예전과 달리 많이 식은 상태다.
608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4위로 물러선 엔씨소프트. 사실 지난해 실적 자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올해 상반기 국내에 출시하는 블록버스터 MMORPG 블레이드앤소울과 글로벌 출시작 길드워2의 성공 여부를 전 직원이 숨죽이고 지켜보는 상태다.
두 작품이 성공할 경우 넥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게임 명문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한 동안 4위 자리에 만족해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증권가 등 소식통은 엔씨소프트의 차기작이 대체로 성공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