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대가 느끼는 생활형편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했다. 돈을 벌어 생활비를 충당하고 대출이자를 갚느라 고단한 심신은 생활고의 수렁으로 더 깊이 빠져든다.
대학졸업 1~2년차인 본지 수습기자들이 이들을 만나 희망을 거세당한 청춘의 송가를 들었다. 20대에게 가장 큰 공포는 비어있는 통장잔고보다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현실이었다.
#1. 대학 입학과 동시에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어요. 한 달 30만~70만원의 수입으로 월세와 교통비를 포함한 생활비를 겨우 해결했죠. 한 학기 등록금이 400만원인데 대부분은 빚으로 남아 있어요.
지난해 공채시즌은 내게 기회였고, 이를 악물고 덤벼들었어요. 토익 900점 이상, 학점 4.0, 컴퓨터와 한자자격증도 취득했고 200시간이 넘는 봉사활동 경험도 있었기에 취업에 내심 자신이 있었죠. 그러나 30여 개 기업에 지원했다가 번번이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땐 억울한 기분까지 들더라고요.
지금도 영어학원비와 각종자격시험 비용 등 매달 10만원 이상의 취업 준비 비용을 꾸준히 지출하고 있어요. 적성이나 재능은 두 번째 문제인 것 같아요. 벌이가 급한 20대 구직자는 영원한 '을'이니 기업의 입맛에 맞춰 취업활동을 할 수 밖에 없죠.(장가영·24·취업준비생)
#2. 대출금을 갚다가 20대가 끝날 것 같아요. 대학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됐지만 취업문을 뚫은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요. 대학교 2학년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아 3000만원의 빚과 함께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거든요.
내 월급 통장에는 학자금 대출 이자뿐 아니라 관리비 자동이체, 카드 대금 출금 내역 등이 빽빽이 인쇄돼 있습니다. 직장 다니며 돈 벌어도 30대 초반까지는 빚 갚는데 올인해야죠.
여자친구는 있지만 결혼이나 집장만은 현실과는 너무 먼 얘기입니다. 대학땐 학자금 대출 이자 때문에 변변한 연애를 못했고, 직장인이 돼서는 월세 때문에 결혼의 꿈을 접어야하지 않을까 우울할 따름입니다.(송현수·29·직장인)
부채 증가속도 소득의 4배…"저축의 꿈"
한국은행의 최근 '소비자동향조사(CSI)' 결과에 따르면 30세 미만 소비자의 현재생활형편 CSI는 지난 1월 기준 70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평균인 8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09년 1월 69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6개월 후 전망도 마찬가지다. 30대 미만의 생활형편전망 CSI는 전체 평균 90을 7포인트 밑돌았다.
취업난과 함께 빚이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점도 청춘의 허리를 무겁게 짓누른다.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보면 가구주 연령이 25~30세인 가구의 경상소득은 평균 312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9.3%, 부채총액은 1458만원으로 2010년에 비해 34.3% 증가했다. 한 해만에 소득보다 빚이 4배가량 늘었다.
신용카드 관련 대출은 27만원에서 33만원으로 22.2%, 외상 및 할부미상환액은 70만원에서 90만원으로 28.6% 증가한 반면 저축액은 전년보다 18.8% 줄었다. 물가는 오르고, 소비할 일이 많아지지만 수입은 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현대연구원의 이준협 연구원은 "고수익과 안정성이 보장되는 일자리가 적고, 입사 후 더 좋은 일자리로의 이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청년실업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며 "청년실업 체감률을 축소하기 위해서 강소기업에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엄중한 사회생활을 위해 현명한 소비습관도 필요하다. LG경제연구소 홍석빈 책임연구원은 "20대는 소비 패턴이 고급스럽고 자기투자를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취업에만 목숨 걸기보다 부채를 포함한 자산의 규모부터 체크해야 할 것"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