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이라면 오리엔테이션(이하 OT)에 필수로 참석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OT는 갈 수도, 안 갈 수도 있는 선택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매년 발생하는 음주사고로 인해 신입생들은 OT에 대해 편견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또 대학 입시의 수시전형 확대로 OT에 가기도 전에 수시 합격생 캠프에서 미리 친구를 사귄 경우에는 굳이 OT를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 친구 생겼으면 OT갈 이유 없다
수시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OT에 대한 중요성은 날로 하락하고 있다. 이들은 미리 '수시 합격생 캠프'에 참가하여 남들보다 먼저 친구를 사귀기 때문이다.
K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수시 합격한 박모(19)씨는 수시 합격생들을 위한 캠프를 통해 꽤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그는 "어느 정도 학부 친구들을 사귀었기 때문에 또 OT에 가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 대다수 수시합격자들의 생각이 이렇기 때문에 OT를 가기보다는 알던 친구들을 또 만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와 수시 합격생 캠프에서 만난 이모(19)씨는 "OT에 가면 밤을 새서 술을 마실 게 뻔하고 장기자랑 준비하는 것도 부담이다.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수다떠는 것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캠프를 다녀온 이들은 SNS나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지속적으로 연락해 입학 후에도 전형방법에 따라 '끼리끼리' 친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 OT도 안와? 선배들 뿔났다
OT를 기피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오매불망 신입생을 기다린 선배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C대 단과대 학생대표는 신입생 OT 참석율이 점점 낮아져 고민이라고 전했다. 신입생 OT를 위해 겨울방학 동안 몇주에 걸쳐 과 응원구호 및 율동을 정하면서 OT날만 기다렸지만 예상 밖의 저조한 참여율로 선배들의 사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대학의 09학번 안모(23)씨는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자신들을 위해 마련한 OT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무리 대학 내 개인화가 만연하다지만 신입생이 학교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대학도 신입생 OT축소
음주가무로 인한 사고, 유명 연예인의 공연 등으로 지탄 받아왔던 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모습을 바꾸고 있다. 신입생 OT 기간을 단축하는 대신 내실있는 행사로 프로그램들을 채우거나 신입생에게 취업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지방의 한 대학에서는 그동안 실시해왔던 2박3일의 OT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학내에서 1일 OT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수강신청, 성희롱 및 성폭력 교육, 직업관 확립, 진로설계와 관련된 강의를 주력으로 할 예정이다. OT단축은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경비를 경감시킨다는 점에서도 효과적이라 볼 수 있다. /신지혜 대학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