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 연서순대국 김영례 할머니
서울 연신내 연서재래시장에는 시장 50년 역사와 함께 한자리를 지켜온 명물 국밥집 '연서순대국'이 있다. 순대국, 족발 등 서민 대표 음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 곳을 운영하는 김영례(68) 할머니는 국밥을 끓여 내면서 "많이 잡수세요"라며 정을 함께 내려놓는다.
쫀득쫀득한 순대와 뜨끈한 육수가 만난 5000원짜리 순대국밥이 이 집의 인기 메뉴다. 1만~2만4000원인 족발 또한 맛좋고 저렴해 찾는 사람이 많다. 할머니의 순대는 마장동 우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구해와 집에서 손수 만든다. 가게 2층 다락방이 바로 순대공장이다. 40년 동안 순대를 연구하고 만든 곳이다
김 할머니는 "처음 순대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왕십리에서 무보수로 일하며 어깨 너머로 배웠다. 첫째도 둘째도 맛"이라며 비법을 간단하게 소개했다.
일부 순대 집에서는 순대 삶은 물이나, 족발 삶은 물을 육수라며 국밥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잡내가 나서 깔끔한 맛이 나지 않는다. 잡내를 없애기 위해 돼지 뼈를 푹 삶아 걸러 육수를 낸다. 순대 역시 지금의 맛을 내기까지 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감자가루와 찹쌀가루의 비율을 맞춰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맛을 찾기까지 수 없이 많은 순대를 버렸다.
할머니는 점쟁이처럼 손님의 취향을 알아맞힌다. 치아가 불편한 손님인 경우 부드러운 고기로 골라 순대국을 만들어주고 식사량이 많은 손님에게는 넉넉하게 음식을 담아낸다. 또 손님의 그러한 취향을 기억해 재방문하는 고객에게 맞춤 국밥을 준다. 단골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한눈에 봐도 넉넉하고 푸근한 모습의 할머니는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배가 고프고 힘든 사람에게는 국밥을 공짜로 말아준다. /박성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