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무성영화 '아티스트'가 올해 아카데미를 접수했다. 17번의 후보 지명으로 역대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운 메릴 스트리프는 생애 두 번째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무성영화계의 남성 톱스타와 신인 여배우의 사랑을 그린 '아티스트'는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코미디언 빌리 크리스털의 진행으로 열린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미셸 하자나비시우스)·남우주연(장 뒤자르댕)·의상·음악 등 주요 5개 부문을 휩쓸었다.
스트리프는 '철의 여인'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역으로 '소피의 선택' 이후 무려 29년만에 여우주연상 수상의 감격을 누렸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로 받은 여우조연상까지 포함해 오스카 트로피 숫자를 세 개로 늘린 그는 "앞으로 이 상을 더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 기쁘다"고 말해 객석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남녀조연상은 '비기너스'에서 게이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플러머와 '헬프'의 옥타비아 스펜서에게 돌아갔다. 뮤지컬 영화의 고전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엄격한 가장으로 익숙한 플러머는 82세의 나이로 아카데미 최연장자 수상이란 기쁨까지 누렸다.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아티스트'와 다관왕 경쟁을 벌였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휴고'는 촬영·미술·음향편집·시각효과 등 기술 부문을 석권하는데 그쳤다.
이밖에 '미드나잇 인 파리'의 우디 앨런 감독이 각본상을, '디센던트'의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 냇 팩슨과 짐 래시가 각색상을 각각 거머쥐었다. 각종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유명한 앨런 감독은 이번에도 역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편 이날 시상식전 레드카펫 나들이에서 '보랏'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코미디언 사챠 바론 코헨은 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유골 항아리를 들고 나타나 화제를 모았다.
5월 개봉될 이 영화에서 중동의 독재자를 연기한 그는 극중 의상을 입고 등장해 '"나의 절친이자 테니스 파트너인 김 위원장과 함께 하는 자리"라며 항아리속 밀가루로 추정되는 하얀 가루를 취재진에게 뿌려대는 퍼포먼스를 펼쳤다.